한명 한명이 예수님, 22년째 배고픈 자들의 쉼터

입력 2011-01-24 07:53:46

무료급식 '요셉의 집'급식자

▲요셉의 집은 22년째 오롯이 배고픈 이들의 안식처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요셉의 집은 22년째 오롯이 배고픈 이들의 안식처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대구은행 봉사단체
▲대구은행 봉사단체 'DGB 가족봉사단'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0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교동 '요셉의 집'. '예수님께서는~축복하신 다음~ 군중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루카 9, 10-17)'이라는 주방 앞 글귀가 눈길을 끈다. 그 글귀 아래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고 있다. 식탁마다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 또한 분주하다. 한꺼번에 100명가량이 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내부를 리모델링했다지만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갈수록 늘다 보니 비좁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22년째 오롯이 배고픈 이들의 안식처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22년째 무료 급식

요셉의 집은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에서 1989년 문을 연 이래 꾸준히 무료급식을 해와 대구의 대표적인 무료급식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곳 운영은 예수성심시녀회에서 책임지고 있다. 수'일요일(주일)을 제외하고 매주 5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곳에서는 요즘 하루 평균 급식자 수가 750명 정도다.

특히 올해 강추위 등으로 인해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15년째 이곳에서 일을 돕고 있는 송정희(64) 씨는 "예년에는 하루 평균 500명 정도가 찾았지만 요즘은 50% 정도 증가했다"며 "대구에 노숙자들의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이곳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배식이 시작되지만 도시철도 대구역 부근에 잘 때가 없는 이들은 아침 일찍 이곳 대기실을 찾아 추위를 녹인다고 한다. 한 노숙자는 "5년 전부터 틈틈이 이곳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는데 요셉의 집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배식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이다. 배식은 100%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매일 이곳을 찾는 고정 봉사자는 6명 정도로 대부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한다. 고정 봉사자 외에 현재 약 60개 팀의 봉사팀과 수시로 찾는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이곳 일을 돕고 있다. 이들은 배식팀과 설거지팀, 식판 닦는 팀, 물컵 나눠주는 팀 등으로 나눠져 봉사한다. 배식할 때 좀 특이한 것은 급식자들에게 100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송 씨는 "100원을 받는 것은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라는 의미다. 사실 100원은 대가라기보다 사람들에게 급식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눈물겨운 사연도 많아

이곳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에는 구순임 원장 수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7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구 수녀는 매일 식자재를 챙기는 일만큼은 직접 한다. 무료 급식이라고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것. 자원봉사자라고 해도 봉사를 등한시하거나 서툴게 하면 곧바로 호통도 친다. 그런 꼼꼼함이 지금의 요셉의 집을 만든 것이다.

이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만큼 눈물겨운 사연도 많다. 구 수녀는 "3년 전쯤에 이곳을 자주 찾는 젊은이 A씨가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A씨는 10년 만에 이곳에서 엄마를 만났는데 요즘도 한 번씩 인사 차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출해 한때 곳곳을 전전했다. 하지만 구 수녀가 그의 사연을 알게 됐고 어느 날 A씨의 어머니한테 전화해 이곳을 찾게 했다. A씨의 어머니는 A씨가 집으로 돌아올까 고장 난 문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구 수녀는 "A씨의 아버지는 A씨를 오매불망 기다리다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면서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 A씨를 계속 설득해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창원에서 직장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 수녀는 "급식자들 한 명 한 명을 예수님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이곳을 거쳐 가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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