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누가 말을 함부로 하나"

입력 2011-01-22 07:23:20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절제된 용어를 써라"며 김범일 대구시장의 말을 가로막았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자신이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김 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6개 광역단체장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안 대표가 김 시장의 발언을 제지하자 회의장은 잠시 술렁거렸다. 곳곳에서 "큭큭..." 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설화'(舌禍)를 겪은 안 대표가 할 소리가 아니었다.

집권여당 대표가 절제되지 않은 발언을 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연평도가 피격당했을 때 안 대표는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한동안 '보온병 아저씨'로 불리기도 했다. 그것 뿐인가. '자연산' 발언으로 여성계와 야당으로부터 욕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사퇴압력까지 받고 고개를 숙인 안 대표가 아니던가. 그런 안 대표로부터 무안을 당한 김 시장은 "이쯤에서 그만하겠다"며 입을 닫았지만 분을 참기 힘든 듯 회의 내내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불과 10여분 전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그는 "국민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현장을 누비며 민생을 챙기고 있는 시도지사들의 생생한 말씀을 전해 듣겠다.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에 이어 김 시장이 영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대구경북의 양대 국책사업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하자 안 대표는 미간부터 찌푸렸다.

김 시장의 발언에는 감정을 자극하는 격한 표현은 그다지 없었다. 대구경북사람들이 평소에 느끼는 생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정권 때 많은 차별을 받아 온 대구경북이 이제는 뭔가 달라지겠지 기대했는데 최근 실망으로 바뀌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집토끼를 거들떠보지 않으니 산토끼가 되자'거나 '국회의원들 각오하라'는 얘기도 한다"

자기 차례가 돌아온 김관용 경북지사는 "적나라하게 말해서 듣기 거북할 수도 있지만 현실 그대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김 시장을 거들었다.

김 시장은 안 대표로부터 제지당하는 순간,"당 대표부터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세요. 누가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라고 대꾸하고 싶었을 것이다. 말을 가려서 하고 가급적 줄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안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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