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준비하게 될 때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으면 계획을 중지하거나 검토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성과물을 미리 예상하고 그 틀에 맞추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얻는 것에 집중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잃을 수 있는 '잃는 것'에 대한 준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어오는 것' 그 가운데에서도 이득이라고 인정한 부분에만 촉각을 세울 뿐 나머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눈에 보이거나 당장 드러나는 것이면 이익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들어가는 것이 있으면 나가는 것이 있게 마련이고 취한 것이 있으면 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얻는 것'만큼 '잃어버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세간의 통념을 따라 '얻은 것'을 인정받으려면 환금성과 함께 주위사람이 수긍할 귀중한 무엇이 되어야 '가치 있는' 조건에 부합하게 됩니다. 부연해서 말하면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으며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까지 고려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잃는 것' 역시 내가 소유한 것 중에 물질적인 피해와 손해가 있어야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물질에만 머물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원칙과 신념을 버렸다면 그것은 아주 많은 것을 잃은 것입니다. 세상은 얻은 것만을 보고 칭찬할지라도 자신은 잃은 것 때문에 초라해질 것입니다. 세간의 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언어를 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짧은 마음은 세간의 물질을 얻은 기쁨과 비교하면서 결코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자위합니다. 그러나 대가로 지불한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무형의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얻은 것'은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잃은 것' 또한 뺏기는 것이 아닙니다. 소유와 얻음을 하나로 보면 내 것이라는 아주 작은 울타리에 그것들을 가두게 됩니다. 자유가 사라진 소유물들은 불행해 보입니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면서 불안해하고 걱정합니다. 얻은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얻고 획득하면 행복해야 하는데 지킬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바쁘고 복잡해집니다. 그러기에 얻는 것을 소유로 생각하면 힘들어집니다. 더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잃게 되는 것입니다. 잃은 것을 누군가 나로부터 앗아갔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떠올리고 자존심에 흥분하며 자책합니다. 세상을 향하던, 사람을 향하던 되갚음을 품게 됩니다. 잃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스스로 내려놓은 것입니다. 무겁게 들고 있던 것을 놓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잃었다는 말로 표현할지 몰라도 내 마음이 그것을 놓았다면 그것은 그대로 '놓은' 것입니다. 얼마 전 유수의 다국적 기업 한국지사장이었던 분이 새롭게 삶을 출발하면서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은 이룬 것 같은데 그것이 과연 내 삶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이었는가에 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나는 내 삶에서 많은 것을 얻기보다는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이것이 행복과 기쁜 삶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얻는 것을 소유로, 잃어버리는 것을 상실로 단정지어 버리면 우리 삶은 뺏고 뺏기는 살벌한 싸움터일 수밖에 없습니다. 얻기 위해 두리번거려야 되고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번뜩여야 합니다. 소유와 상실이 삶 전체를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칼날이 되는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득여망숙병(得與亡孰病)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풀어보면 '얻음과 잃음 중 어느 것이 더 근심스러운가'입니다. 노자는 '얻음과 잃음' 두 가지 모두 근심임을 말합니다. 세상은 그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보는데 노자는 그것을 한가지로 봅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다르다 하고, 노자는 무엇을 보며 같다고 할까요. 어느 것이 더한 근심입니까. 어느 쪽이 행복에 가깝습니까. 눈에 보이는 근심을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행복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습니까.
성타(불국사 주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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