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福 바지게에 행운 한가득…" 지게 만들기 19년 이수영씨

입력 2011-01-21 07:34:51

운반용·장식용 등 다양하게 제작

대구 북구 연경동 동화천을 따라 지묘동에 이르기 직전 길모퉁이에 위치한 초가 토담집. '복바지게 팝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허름한 집 앞마당에는 진열된 지게 10여 개가 눈길을 끈다. 싸리나무로 만든 바지게를 걸친 채 진열되어 있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예전에 운반기구로 유용하게 사용되던 지게 10여 개가 싸리나무로 만든 바지게를 걸친 채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예전에 운반기구로 유용하게 사용되던 제자리지게(가지가 자연히 벋어 나간 나무로 만든 지게)를 만드는 주인공은 이수영(70·대구시 동구 신암1동) 씨. 이 씨는 지난 1993년부터 19년 동안 말수레와 지게 등을 만들고 있다.

건설업을 하던 이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을 접게 되었다. 당시 다른 일을 찾던 이 씨는 간벌작업을 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던 중 우연히 눈에 띈 지게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하루종일 지게 생각에 여념이 없던 그는 본격적으로 지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지게가 탄생하는 과정은 얼핏 보면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게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만 된다. 우선 나무를 깎고 자르고 다듬은 뼈대에 4개의 세장(일명:가로쇠)을 끼운다. 위 아래를 조정해 균형을 잡고, 짚으로 등태(일명:등받이)와 멜빵(일명:미끈)을 엮어 부착하면 기본적인 공정은 끝나는 셈. 여기에 곡식이나 거름 등을 져 나르기 위해 만든 싸리나무 바지게를 얹게 되면 모든 작업 과정이 끝난다. 10㎏ 전후 무게가 나가는 일반용 지게를 완성하는 데는 4, 5일이 걸린다. 장식용 꼬마 지게는 제작 기간이 조금 더 짧다. 이 씨가 만든 지게에는 인두를 이용해 지게 틀 오른쪽 측면에는 복(福)자를 새기고, 왼쪽에는 이 씨의 사인을 담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런 공정을 거친 지게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가정, 점포 등의 장식을 위한 인테리어용이나 차량이 들어가지 않는 사찰 등에서 운반용으로 쓰인다. 보통 지게에 바지게를 부착한 대형 지게는 15만원 선. 작은 지게는 2만원 선에 거래된다.

"지게를 구입하려는 사람도 적지만 일감이 있어도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요. 더구나 지게를 배우려는 사람도, 같이 일할 사람도 없어 가장 힘듭니다."

지게 수요가 점점 줄어들어 힘이 드는 이 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머지않아 작업장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작업장을 옮겨야 한다. 마땅한 장소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게 사랑은 변함이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지 지게를 계속 만들 겁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신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글·사진 권오섭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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