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 읽기] 그들이 위험하다/ 존 팰프리'우르스 가서 / 갤리온

입력 2011-01-20 14:04:37

디지털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지하철에서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며 미친 듯이 휴대 전화 문자 메시지를 날리는 십대 소녀. 오류가 생긴 컴퓨터를 쉽게 고치는 인턴사원. 모든 종류의 비디오 게임은 물론, 키보드 타이핑 속도에서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여덟 살 난 꼬마. 매주 조카가 보내는 디지털 사진 속 갓난아기.'

이들은 저자에 따르면 모두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유즈넷이나 사설게시판 같은 기술이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된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하며 그런 기술들을 사용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자 부총장이며 하버드 대학교의 버크먼 인터넷'사회연구소 소장인 존 팰프리와 스위스의 세인트 갤런 법대 교수이자 정보법 연구 센터의 책임자인 우르스 가서가 함께 쓴 '그들이 위험하다'를 읽었다. 정보법률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들은 자식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들이 실제로 맞게 될 미래와 디지털 세대에 필요한 법적'제도적인 대응책을 준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썼다.

저자들은 '디지털 환경'을, 우리 생활환경 전체가 '정보의 바다'로 바뀐 것으로 이해한다. 디지털 세대들은 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마치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정보를 흡수하고 배출한다. 이러한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능력은 창발성이나 창의성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정보의 불법 복제나 인터넷 중독, 혹은 가짜 정보의 확산 같은 현상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또한 디지털 문명 때문에 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개인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추세는 부모와 교사들로서는 경악할 일이다. 이들은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에 자신의 프로필과 관심사,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올리거나 친구 맺기를 한다. 인터넷은 청소년들의 정체성을 개발하는 공간이며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한번 인터넷에 올려진 정보는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통제하기 힘들며, 때로는 인터넷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기성세대가 상상하지도 못한 영역에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거나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기숙사 방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로 출발한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커 주커버그와 같은 하버드 대학교 동창생들은 기술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2007년 가을에는 하버드 대학교를 중퇴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역시 하버드대 중퇴자인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에 2억 4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상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소셜 네트워크와 전략적으로 동업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디지털 세대의 잠재력은 정치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저자들은 양방향성 매체를 당연히 여기는 디지털 세대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해서도 양방향성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로 인해 정치는 보다 투명해지고 권력과 정보의 독점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 분야에서 인터넷이 갖는 놀라운 잠재력은 우리도 이미 몇 차례 선거에서 목격한 바 있다. 또한 저자들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우려스러운 현상 하나하나에 법적인 규제를 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우리나라 일각에서 주장하는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모욕죄, 게임셧다운제 등이 바로 저자들이 지적한 그 단순한 '규제'들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점에서는 상당히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현명하며,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에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미래 세대인 디지털 세대에 대해 갖는 기성세대의 염려와 희망을 책 전체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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