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출장소 소속, 비자 미끼 수백만원 요구
"공무원 믿죠? 우리에게 잘 보여야 일이 해결됩니다."
울진군 죽변면에 살고 있는 A씨는 2009년 중국 여성과 결혼해 형편은 어렵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포항출장소에서 나왔다는 공무원 2명이 다녀간 이후 행여나 생길 불이익을 고민하며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B씨는 "위장결혼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며 방문한 뒤 "일을 잘 봐줄테니, 400만원을 보내라, 공무원이 당신을 속이겠느냐?"고 입금을 종용했다. B씨가 A씨를 협박하면서 꼬투리를 잡은 것은 20년 전 A씨가 저지른 폭행 혐의. B씨는 이 혐의를 약점 잡아 부인의 여행비자(1년 기한)가 '안 나올 수도 있다'며 돈을 요구한 것이다.
막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의 통장잔고는 116만원. 하지만 중국에서 사랑을 키워 어렵게 가정을 이룬 그에게 한국에서의 결혼은 마지막 희망이었기에 돈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그들이 다녀간 이날 오후 3시 B씨가 보내준 농협통장 계좌로 100만원을 급하게 송금했다. 이후 B씨가 돈이 모자란다고 다시 요구, 울산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부탁해 300만원을 마련해 모두 400만원을 송금했다.
신변상의 위협과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A씨는 국민권익위에 자신의 사정을 담은 탄원서를 보내자, B씨가 지난달 14일 돈을 다시 돌려주며 일을 무마해달라고 했다.
B씨는 A씨에게 "국민권익위에는 거짓말이었다고 얘기해달라"라고 요청하고 "기자를 만나지 않는다면 바로 비자를 내주겠다"고 회유했다.
A씨는 "결혼이민여성은 남편 재산이 3천만원이 넘어야 영주비자가 나온다. 아니면 결혼 2년이 넘어야 한국국적 취득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위장결혼 여부를 판단한다. 우리같이 배운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뭘 알겠느냐. 그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B씨와 동행한 사람이 출장소 고위직이어서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의 아내 한족여성도 어눌한 한국말로 남편 얘기를 이었다.
"한국 공무원들 나빠요. 법을 어기고도 죄책감이 없어요. 일을 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한국국적을 미끼로 외국인들을 괴롭혀요."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포항출장소 관계자는 "기간제근로자로 일하던 운전기사의 단독 소행"이라며 "이 문제가 발생한 이후 당사자를 대기조치 후 해고했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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