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보다 보람된 마음으로 봉사를 하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는 편이죠.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의사소통 문제로 불편을 겪어봤기 때문에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 없이 병원진료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국제진료센터 소속 통역자원봉사자 김은진(23·계명대 간호학과 1년) 씨. 김 씨는 2009년부터 하루 20~30명꼴로 동산의료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입원수속과 해당 진료과(科)로 안내하는 영어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학기 중엔 강의가 없는 하루씩, 방학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통역봉사를 한다.
"한 번은 혼잡한 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외국인 아이와 엄마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어요. 다른 환자를 안내하다가'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화를 내면서 환자에게 먼저 양보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 전체를 욕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른 분의 양해를 구하고 진료실까지 안내했더니 많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김 씨는 어릴 적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유학을 꿈꿔오다 고교 2학년 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테네시 주의 테네시공립고로 유학을 갔다. 이 때 김 씨는 아버지와 조건부 약속을 했다. 1년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야 유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유학 첫 해 테네시고에서 전 과목 A를 받아 아버지와 약속을 지켰고 수석졸업까지 했다.
"안내하던 외국인 환자 중 테네시 주에서 오신 분이 있었어요. 제가 테네시고에서 공부했다고 했더니 마치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가워했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미 남부지방 전통음식인 그래비(Gravy·육류를 구울 때 나오는 육즙을 이용한 소스)와 으깬 감자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다음날 한 아름 싸오셨더라고요. 눈물이 핑 돌았죠."
김 씨가 간호학을 택한 것은 귀국 후 영남대의료원에서 약 두 달간 통역봉사를 하면서'내가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며 의료관련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맞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2010년 초 계명대 간호학과에 영어특기자로 입학했다.
"중요한 건 제가 봉사활동을 통해 미래에 할 일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유학시절 영어에 자신이 붙자 봉사활동을 비롯해 교내 동아리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또래보다 영어를 잘 했다는 저도 미 유학 첫해엔 의사소통에 몹시 애를 먹었습니다. 제가 머문 미국가정은 연세 많은 할머니 한 분과 베트남 등지에서 입양한 아이들뿐이어서 제가 할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김 씨는 고교졸업 후 미 퍼듀(Purdue)대학 약예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를 배우고 가정형편상 귀국했다.
"2년 반 동안의 유학생활은 제 삶에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건만 된다면 나중에 국제진료센터 등에서 전문 의료인으로 일하고 싶어요."
김 씨는 현재 병원에서 통역봉사 외에 대구에 거주하는 미군 가족과 한국 스폰서 가족 간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한 'Korean-American Friendship Circle'(한미교류서클)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G20대회 때 통역자원봉사를 했고 8월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통역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봉사가 저에겐 단순히 진료를 잘 받을 수 있게 통역해 드릴 따름인데 도움을 받은 외국인 환자들은 무척 고맙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지만 도움이 돼 드린 것이 매우 뿌듯합니다."
대구가 국제적인 의료도시로 부상하는 때 김 씨가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 환자들을 케어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