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제역 첫 발생, "한달여 방역작업 보람도 없이…"

입력 2011-01-19 10:27:31

연경도 살처분 현장

18일 대구시 북구 연경동의 한 한우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관계자들이 진입로를 통제하고 한우 110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18일 대구시 북구 연경동의 한 한우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관계자들이 진입로를 통제하고 한우 110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18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연경동의 한 한우농가. 좁은 도로 입구에 '가축방역중 접근금지'라는 큼직한 표지판이 세워졌다. 도로바닥은 새하얀 생석회가루로 덮여 있었다. 3분여를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자 '출입금지'가 적힌 흰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 북구청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방역복을 입은 채 분주히 움직였다.

구제역 발생 51일째인 18일 대구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요원들이 농가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한우 110마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 작업을 벌였다. 경계선 너머 500여m 앞에는 소를 매몰하는데 쓰일 굴삭기가 보였다.

인근 농가는 구제역이 번질까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방역 작업자들은 대구만은 구제역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 데 구제역이 발생하자 허탈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해당 농가 축산농민은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한평생 소만 키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뒤 구제역 발생 농가의 한우 110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 준비가 시작되자 인근 농가의 주민들은 불안한 듯 계속해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25년간 농장을 운영해 온 이재화(52) 씨는 "자식처럼 아끼며 키운 소들을 죽여야 하는데 마음 편할 주인이 어디 있겠느냐. 발생 농가에는 미안하지만 우리 농가로 구제역이 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담배만 뿜어 댔다.

인근 식당 주인들도 걱정이 컸다.

식당 주인 박모(60) 씨는 "소들을 살처분 한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린 종업원도 있다"며 "이 일대가 통제구역이 되면 손님이 뚝 끊길 텐데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대구 북구청 직원들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북구청 한 공무원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살처분 소식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니 아무런 생각이 없다"며 "더 확산이 되지 않도록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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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도록 북구 연경동에 머무르며 방역작업을 펼쳤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원은 "집에도 안 들어가고 차에서 자고 밖에서 밥을 먹으며 방역작업을 했는데 구제역이 발생하니 그동안 고생한 것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와 북구청은 이날 구제역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10㎞ 이내 축산농가 277곳, 가축 8천547마리와 차량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한우는 모두 살처분 작업을 실시했지만, 인근 농가의 한우는 이미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별도의 살처분은 하지 않고 위험·경계지역으로 묶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소 2만3천349마리, 돼지 2만9천164마리, 산양 2천28마리, 사슴 284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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