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만 보면 'YF' 비슷, 운전해보니 역시!…그랜저HG 시승기

입력 2011-01-19 09:03:22

1986년 등장 이후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그렌저의 5번째 모델, 그렌저HG의 판매 조짐이 심상치 않다. 벌써 전국적으로 2만6천대, 대구에서도 1천160대의 사전예약을 받았다. 1월 내 예약분도 3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렌저HG의 등장으로 국내 준대형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동 매일신문사 앞에서 의성IC까지 시승에 나섰다. 풀옵션 판매가 4천200만원의 3.0 GDI 로열 모델에 몸을 싣고 중앙고속도로에 올랐다. 시내 연비를 확인하기 위해 만성 체증 구간인 팔달교~만평네거리~원대오거리 구간을 통과했다. 총 이동거리는 110㎞.

항간에 떠도는 "YF소나타와 별 다른 점을 모르겠다"는 말은 영 틀린 게 아니었다. 얼핏 보면 확실히 닮았다. 특히 전면이 그랬다. 지난해 전국 판매량 1위(14만7천여 대)의 YF소나타를 자주 봐온 탓이라 해도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떨쳐버리긴 힘들어 보였다. 천사의 날개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헤드램프 디자인이 그나마 눈에 띄는 차이로 보였다. 차에 오르기 전 트렁크를 열어봤다. 넓었다. 골프클럽 백 4개까지는 소화할 정도의 공간.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가 버튼키를 눌러 시동을 걸었다. 조용했다. 도어트림 전동시트 스위치를 이용해 자세를 잡자 4.6인치 컬러 TFT LCD 계기판이 눈에 들어왔다. 내부를 둘러보니 바깥에서 볼 때보다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구 중구 계산동에서 칠곡IC까지 시내 도로와 신천대로를 이용했다. 시내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브레이크에 발을 댈 일이 많았지만 다리가 피곤하진 않았다. 전자 파킹 브레이크 덕분이었다. 기존의 풋파킹이나 핸드 레버 대신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조작하면 끝이었다. 자동 정차 유지 기능도 있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차체가 움직이지 않았다. 공인연비는 동급 최고 수준인 ℓ당 11.6㎞라고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그 정도였다. 시내에서는 9㎞를 넘지 못했다.

신천대로에서 잠시 가속할 기회가 생겼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어섰다.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31.6㎏·m의 V6 3.0 GDI 엔진이 보인 '사뿐한 시범'이었다.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160㎞까지 무난했다. 여력이 있었다. 앞선 차량들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속력을 내고도 남을 정도였다. 빠른 속도였지만 주행시 안정감은 수준급. 엔진 소음도 거의 없었다.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섀시통합제어시스템'(VSM)은 안정감을 더해줬다.

오랜 운전의 피로를 덜어줄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진일보한 형태였다. 'Advanced Smart Cruise Control'이라는 이름 붙은 이 기능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해도 앞서 가는 차량의 속도에 맞게 거리를 유지했다. 운전자는 핸들만 '까딱'거리면 될 정도였다.

더 큰 안정감은 안전한 차량이라는 신뢰에서 나왔다. 안전사양 중 차별화된 것이 무릎 에어백. 그렌저HG의 경우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돼 국내 최초 9개 에어백이 달린 차량이라는 안전성을 자랑했다. 또 갑자기 골목에서 나오는 아이들이나 자전거 등에 대비하기 위해 시속 30㎞ 미만의 속력에서 범퍼 앞을 볼 수 있도록 전방에도 카메라를 달았다. 이 외에도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 등 안전을 우선시한 제작에 눈길이 갔다.

판매 가격도 동급 차량들 수준이다. ▷HG 240 럭셔리(LUXURY) 3천112만원 ▷HG 300 프라임(PRIME) 3천424만원 ▷HG 300 노블(NOBLE) 3천670만원 ▷HG 300 로열(ROYAL) 3천901만원이다.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내비게이션 등 옵션 몇 가지를 추가한다면 3천300만원~4천200만원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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