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776건, 곳곳서 늦게온다고 성화…"수도꼭지 조금 열어 두
17일 오후 대구 서구 이현동 한 3층 건물 앞. 파란색 트럭 한 대가 멈춰섰다. 수도 계량기가 얼었다는 신고를 받고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협력업체가 출동했다. 상수도 관련 수리만 20년째 하고 있는 백승적(54) 씨는 스팀 해빙기와 삽을 들고 트럭에서 내렸다. 그는 아스팔트 바닥 아래 묻혀 있는 수도 계량기 뚜껑이 열리지 않아 삽으로 뚜껑 주변을 파냈다. 뚜껑을 열자 얼어서 유리가 깨진 계량기가 드러났다.
백 씨는 "계량기 속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유리가 깨졌다"며 "계량기 보호통 안에 헌옷을 채워두면 동파 신고 접수가 지금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최저기온이 -13℃를 기록하는 등 동파 사고가 급증하자 수도 수리공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17일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접수된 동파 사고는 총 776건. 지난 동절기(2009년 12월 1일~ 2010년 2월 28일) 동안 접수된 동파 신고 213건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다.
계량기를 교체하기 전 먼저 꽁꽁 언 수도 밸브를 녹여야 한다. 스팀 해빙기 본체에 있는 온도계를 150도로 높이자 해빙기 안에 있는 물이 끊는 소리가 들렸다. 본체에 연결된 지름 1㎝ 남짓한 호스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수리공 윤성혁(48) 씨가 얇은 호스를 밸브에 넣고 따뜻한 김을 불어넣었다. 밸브를 녹이고, 새 계량기로 교체한 뒤 윤 씨는 동파 방지용 팩을 건물 주인 황정희(50·여) 씨에게 건넸다.
칼바람이 온몸을 때려도 윤 씨는 장갑을 끼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다. 요즘 이들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보세요. 오늘 서구 지역에서 신고가 들어온 집입니다." 윤 씨가 내민 장부에는 주소 수십 개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2인 1조로 움직이며 15곳의 동파 사고를 처리했지만 23곳이 더 남았다. 윤 씨는 "어제도 동파 신고 때문에 오후 10시 넘게까지 일했다"며 "요즘처럼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며 장비를 챙겼다.
이처럼 점심도 대충 해결하며 바쁘게 일하지만 싸늘해진 민심에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차갑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신고만 하고 바깥을 내다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요즘 인심이 예전 같지 않네요. 허허."
윤 씨는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줘도 체온이 올라갈 텐데 늦게 온다고 화를 내는 시민들을 만나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동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부사업소 김석중 주무관은 "계량기 보호통 내부에 헌옷이나 스티로폼을 채워두거나 수돗물을 약간 틀어 두면 동파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계량기나 수도관이 얼었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천천히 녹여야 하며 50도가 넘는 물을 부으면 계량기가 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계량기가 얼어서 유리가 깨졌을 경우엔 국번 없이 121로 전화하거나, 관할 지역 수도사업소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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