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가 '政爭벨트' 되나…세종시 논란과 닮은꼴

입력 2011-01-18 10:21:25

대통령공약·처리방향 전환·정치권 이해관계 등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유치전이 정쟁(政爭)을 촉발하는 분위기다. 과학벨트가 '제2의 세종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권이 사분오열하는 기폭제가 될 공산이 크다.

과학벨트와 세종시는 여러 모로 닮았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다. 과학벨트는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 기초과학을 진흥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330만㎡ 부지에 3조5천여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철회는 없다"고 확신하고 전문가 간담회나 토론회를 잇달아 열기 시작했다. 18일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9일에는 자유선진당이 과학벨트 관련 행사를 연다. 세종시 논란이 일기 전, 각종 간담회나 토론회가 개최되었던 것과 비슷하다.

방향 전환했다는 점도 같다. 원래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하자는 계획이 있었는데 최근 전국 공모사업으로 추진키로 방향 전환했다. 충청권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다른 지역까지 배려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일부 부처를 옮기기로 했던 세종시도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전환하면서 수정안이 나왔다. 이 수정안을 놓고 정치권의 찬반을 물었고 수정안이 부결됐다. 정치권은 곧 소용돌이에 빠졌다.

여당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것도 비슷하다. 여소야대여서 수적 싸움에서 우위인 여당이지만 지도부가 뜻을 서로 달리하고 있다.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친박계인 부산 출신의 서병수 최고위원은 "공약대로 충청권에 만들겠다는 원칙만 확인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홍준표 최고위원은 19일 대전에서 열기로 한 최고위원회의를 염두에 두고 "대전으로 가기 전에 청와대와 협의해 충청권 유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무성 원내대표는 "공모 절차가 필요하다"며 맞섰다. 세종시 논란이 친이계와 친박계 간 싸움이 되면서 지도부 내에서 의견이 갈려 갈팡질팡한 점과 유사하다. 과학벨트와 관련 정치권의 줄서기가 시작되면 정치권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13일 경북도와의 당정협의에서 "이런 큰 결정은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기초과학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전국 각 대학을 돌아다닌 뒤 포스텍에 유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다 포스텍이 뛰어났기 때문인데 대구경북이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다면 유치할 것이고 아니면 안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충청권으로 못박기보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과학벨트는 대구경북과 울산이 손을 잡고 유치 추진 중이며, 충청권과 경기도 과천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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