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후진타오의 방미를 주시하자

입력 2011-01-18 07:19:22

사상 유례없는 한파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가축전염병도 한반도를 덮쳤다. 200만 마리에 이르는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이 생목숨을 잃었다. 자연재해뿐만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로 인해 경색된 남북 관계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국회를 뛰쳐나간 야당은 18일 장관 청문회를 통해 일시적으로 국회에 복귀했지만 여야 관계는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파동'을 겪으면서 갈등 관계를 해소하지 못함에 따라 국정 운영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국내 문제에 빠져 있는 와중에 한반도의 미래와 직결되는 외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선을 늦춰서는 안 된다.

바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이다. 후 주석은 18일부터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등의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지지하고 있는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을 방문한 바 있는 후 주석으로서는 두 번째 미국 방문길이다. 격식도 실무 방문에서 국빈 방문으로 한결 높아졌다.

개혁개방 이후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를 보낸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屈起)를 기치로 내건 후, 마침내 미국으로부터 주요 2개국(G2)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자리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인 셈이다. 중국 언론들은 며칠 전부터 후 주석의 미국 방문에 대해 적잖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후 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은)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야심이 없으며, 평화 발전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는 등 '중국 위협론'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풀어주려는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중국 정부도 후 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내 대형 광고판과 미국 내 TV방송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홍보 영상에는 미국 NBA에서 활약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친근한 농구스타 '야오밍' 등이 출연하기도 했다. 후 주석도 소프트 행보에 나섰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공자학원(孔子學院)을 방문한다.

양국 간 신경전도 첨예하다. 후 주석의 방미에 앞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후 주석을 예방하는 날, 중국은 최근 개발한 최신예 스텔스기를 시험 비행했다. 이에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중국이 왜 이런 무기 성능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느냐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20'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후 주석과 오바마 미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등의 동북아 안보 문제와 ▷환율 절상 등의 경제 현안,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류샤오보 석방 등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안보와 경제 현안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우리의 이익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담합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소와 돼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우리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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