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사이버 가정학습 인기
방학을 맞은 가정에 있어 컴퓨터는 천덕꾸러기다.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지지 않을까 애태우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컴퓨터는 최고의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자기 통제력만 따라준다면 인터넷 학습 자료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 교실에선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시청각 자료도 접할 수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대구e스터디(estudy.edunavi.kr)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대구e스터디는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 프로그램이다.
◆겨울방학, 사이버 선생님과 공부해요
"학교 수업 보충이나 예습·복습용으로 참 좋아요."
대구 중앙초등학교 조수빈(10·4년) 양은 요즘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대구e스터디 사이트에 접속해 국어 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5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이미 배운 내용을 다지기 위해 일부러 4학년 과정을 선택했다. 수빈이는 "참고서는 교과서 외의 다양한 내용을 다루니까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e스터디에서는 교과서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덜 어렵게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하루 15~20분 정도의 길지 않은 강의 분량도 알맞다고 했다.
알고 보니 수빈이는 지난 1년간 대구e스터디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국어가 기본과목이라는 생각에 1년간 국어만 수강했다. 인터넷 강의는 강의·요점·점검 식으로 구성돼 있어 어렵지 않았다. "e스터디를 미리 듣고 가면 학교 수업 때도 편하고, 사이버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서 지루하지 않아요." 수빈 양의 어머니도 e스터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컴퓨터로 게임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꼬박꼬박 진도를 따라가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다고 했다. e스터디 강좌를 끝내고 받는 수료증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것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개선점도 잊지 않았다. "아이가 글쓰기나 책읽기를 좋아하는데, e스터디에서 이런 강좌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성서중 한지원 양은 이번 겨울방학 동안 대구e스터디에서 2학년 국어과정을 선행하고 있다. 주로 주말 시간을 이용해 3, 4개 강좌씩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진도를 나가고 있다. "문장 만들기나 품사 등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 도움이 돼요."
한 양은 지난 1년간 대구e스터디를 통해 국어 공부를 하면서 톡톡히 도움을 받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와 다른 다양한 지문을 다뤄보면서 지문 독해력이 향상됐다. 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힘도 길러진 것 같다고 했다. e스터디는 학교 시험에도 큰 도움이 됐다. "e스터디에 나오는 평가 문제를 풀어보면 확실히 학교 시험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단원별 중요사항도 점검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사이버 강의를 듣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대구e스터디 질의응답란에 올리고 친절한 해설을 듣는다. 이럴 때면 마치 사이버 선생님과 일대일 강의를 듣는 것 같아 의욕이 높아진다고 했다. "단지 생활기록부에 남기기 위해서 e스터디를 건성으로 수강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간혹 강의도 제대로 듣지 않고 '클릭'만 해서 진도율을 올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강의만 잘 챙겨도 당장 시험 점수가 올라간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학생 몰리는 대구 e스터디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대구 e스터디'는 대표적인 사이버 가정학습의 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대구 e스터디는 초교 4학년부터 고교 1학년까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을 수준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 무료 이용 사이트. 방학 중에도 특강을 마련해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지난달 말 오픈한 2010 겨울방학과정(초4~중3·6주 과정)에는 지난해의 두 배인 8천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 사이버 가정학습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이번 겨울방학에는 기존 수학, 영어에 국어를 추가해 3과목으로 늘리고, 학습 과정도 12개에서 18개로 늘렸다. 또 지난해와 달리 이번 방학부터 신청 학년에 제한이 없어지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실력이 모자라다고 생각되면 복습을, 선행 학습을 원한다면 다음 학년의 공부를 미리 할 수 있다.
실제 대구e스터디를 접속해 보면 이용자 편의성이 돋보인다. 인터넷 수강 등록 후 수준에 따라 심화·기본·이해 중 1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그 다음엔 수강 과목을 정해 강의를 수강하면 된다. 강의는 교과서와 연계돼 있어 예·복습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가령 초교 4학년 국어 경우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주제 파악하기' '시의 구성 요소' '사건, 행동으로 줄거리 정리하기' 등으로 구성된다. 한 과정당 시간은 20분 안팎으로 짧고, 플래시 기법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특히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적당하다. 사이트 접속과 동시에 출석이 자동 체크되고, 단원별 테스트를 통한 자가 평가도 가능하다.
대구e스터디의 사교육 절감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 사이버가정학습 효과성 조사' 분석 결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높은 사교육 중단 효과를 거뒀다. 대구의 e스터디 공교육은 타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최한 전국 사이버가정학습 우수 활용 사례 공모전에서 대구 초등생이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e스터디를 통한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을 얻고 있다.
다만 개선될 사항이 적지않다. 겨울방학 과정 경우 18명의 교사가 8천여 명의 수강생을 맡고 있다보니 학습 관리에 한계가 있고, 개설 과목도 더 다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대구시교육정보원 방경곤 원장은 "e스터디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향상시키고 사교육을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폭넓은 콘텐츠 개발을 통해 수준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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