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 강국을 가다] (5)투척 강국 독일

입력 2011-01-17 09:09:59

선수·코치·시설 '鐵의 3각 공조'가 투척 최강 비결

종목별로 특화된 훈련과 체계적인 시스템, 잘 갖춰진 시설 등이 독일 육상의 강점이다. 독일의 투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 훈련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종목별로 특화된 훈련과 체계적인 시스템, 잘 갖춰진 시설 등이 독일 육상의 강점이다. 독일의 투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 훈련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독일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국가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육상 강국이다. 특히 여러 종목 중 원반던지기, 해머던지기, 창던지기 등 투척 종목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독일은 9개 메달 중 3개를 투척 종목에서 거머쥐었다. 독일이 획득한 금메달 2개는 남자 원반던지기, 여자 창던지기 등 모두 투척에서 나왔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독일이 투척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첫 번째 비결은 시스템이다. 독일의 육상 시스템은 '독일답게' 체계적이다. 선수, 코치, 시설 등 지원과 육성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잘 짜여 돌아간다. 물론 독일의 육상 체계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독일 육상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코치에 대한 양성 체계가 돋보인다. 독일은 20년 전부터 우수 코치 교육 및 양성에 집중 투자했다. 이 덕분에 우수한 코치, 트레이너들이 독일의 도시마다 배치돼 전국의 우수한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독일육상연맹 허버트 징건 총감독은 "선수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 코치 양성에 주력했다"며 "독일은 우수한 코치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각 주에서 활동하는 코치들은 수시로 만나 육상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연구한다. 이들은 독일의 발전된 과학과 첨단 기술로 논의를 종합, 육상 발전 방안을 마련한다. 징건 감독은 "각 주 사이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조·협력 체계로, 좋은 점을 더 발전시킨다"며 "육상 남녀 47개 세부종목별로 코치가 있고, 이들 코치를 총괄하는 2명의 총감독이 있는 등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 또한 체계적이다. 정부는 47개 세부종목의 국가대표 100명에게 연간 1인당 5천유로를 지원해 국내 및 해외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선수는 각 개인의 훈련 스케줄에 맞춰 훈련한다. 지원금은 선수에게 직접 지원하지 않고 해당 코치에게 줘 계획에 따라 훈련하도록 체계화했다.

독일에서 육상 선수를 지원하는 방법은 ▷정부 지원(5천유로) ▷8천 개 협회(클럽)의 지원 ▷선수 개인별 스폰서 등 세 가지다. 주 단위에서 훈련센터나 선수 등에 지원하기도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훈련센터, 시설 및 장비 등은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며 관리한다. 국가대표 100명 중 절반이 군인 신분이라 정부는 적극적으로 선수를 지원한다.

◆특화된 훈련센터

독일 정부와 연맹에서 운영하는 훈련센터는 모두 35개다. 이 중 규모가 큰 것은 베를린, 포츠담, 레버쿠젠, 쾰른 등에 있다. 해머던지기는 프랑크푸르트, 장대높이뛰기는 마인츠 등 도시마다 종목별로 특화된 훈련센터를 갖춰 각 종목을 집중 훈련시키는 게 특징이다. 레버쿠젠에 있는 훈련센터는 종합훈련장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 지정한 훈련센터다. 정부 및 연맹 차원에서 훈련센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설 훈련센터가 활성화돼 있지 않고, 필요도 없다. 있다고 해도 근력 운동을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 정도로, 규모가 작고 여러 시설을 갖추지 못해 선수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훈련센터가 특화되다 보니 해머던지기, 장대높이뛰기 등 종목별 훈련을 위해 독일을 찾는 외국 선수들도 적잖다. 한국 대표팀도 레버쿠젠에서 훈련한 적이 있고 일본, 다른 유럽 국가 등 연간 10여 개국이 훈련을 위해 독일을 찾는다. 예전에는 마인츠대학 내에 위치한 독일육상연맹의 국제코치훈련센터가 육상 훈련지로 각광받았다. 이 센터는 일본 등과 제휴를 맺으면서 유명해졌지만 이후 바이에른 제약사가 레버쿠젠에 후원 규모를 늘리면서 레버쿠젠 훈련센터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레버쿠젠도 바이에른 제약사가 육상보다 축구에 더 많이 투자하면서 최근 많이 위축된 상태다.

독일 연맹에서 운영하는 마인츠 국제코치훈련센터의 경우 전임 코치 4명, 시간제 코치 50명이 국가대표를 포함해 일반 선수 등 300여 명의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선수들은 일주일에 6일간 기술, 근력 강화 등 전문적인 훈련을 25시간에 걸쳐 받는다. 훈련 전후 스트레칭, 정신 교육 등을 합치면 전체 훈련 시간은 주당 40시간 정도 된다. 오전, 오후로 나눠 2번 정도, 각각 2, 3시간 정도 훈련하고 요일별로 스케줄을 달리 짜 기술 및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훈련한다.

보리스 헨리 독일육상연맹 투척 종목 감독은 "독일이 육상 강국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치밀한 훈련 계획"이라며 "독일에선 1년 전에 다음해의 매주, 매달 훈련법 등을 미리 계획한다"고 말했다.

◆육상 교육 시스템

독일의 초등학교에는 별도의 육상 교육 커리큘럼이 없지만 14~19세 중학교 교육엔 스포츠 시간이 있어 육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종목별로 특기를 살려 집중 교육하는 스포츠 전문 학교도 100곳 정도 있다. 전문학교 출신들은 대부분 엘리트 선수로 육성된다.

대회를 통해 유망주를 발굴하기도 하는데 각 주마다 열리는 대회에 코치들이 가서 연령대별로 재능 있는 선수를 찾아낸다. 동네나 주에서 활동하는 코치들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회에서 확인한 뒤 연맹 등 상위기관에 보고하는 형태다. 2월과 7월 독일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연간 10번 정도 육상대회가 열리는데 이 중 3번은 실내육상대회다. 예전에는 동네, 도시마다 육상대회가 열렸지만 10년 전쯤 정리됐다.

독일 마인츠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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