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하 여지 충분한 국내 기름값

입력 2011-01-15 09:00:00

정부가 기름값을 물가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정유회사에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가가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사들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에 움찔한 정유사들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성의 표시'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가의 고공 행진은 과도한 유류세와 고환율, 정유사의 공급 가격 거품이 합작해낸 결과다. 기름값을 잡기 위해서는 이들 3가지 요인 모두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름값 부담을 낮추려면 우선 유류세부터 줄여야 한다. 유류에 부과되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다. 이들 세금은 유가 변동에 상관없이 정액으로 부과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정부는 세금을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부과된 세금은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유류세를 내려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는 13일 발표된 물가 대책에서 빠졌다. 국민에게는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정작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 정책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100달러로 2008년 1월(99.6달러)과 비슷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은 ℓ당 평균 1,771.1원으로 2008년 1월(1,652.3원)보다 120원 더 비쌌다. 환율 때문이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7.6원으로 2008년 1월(942.2원)보다 21.8%(205.2원) 올랐다. 환율 상승폭만큼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고환율이 수출을 늘려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됐지만 이제 국내 유가 상승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으로 전환했다지만 환율 정책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정유회사들이 기름을 주유소에 공급할 때 매기는 세전(稅前) 가격도 거품이 끼어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원가 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계속돼 왔으나 정유회사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이에 한 번도 응하지 않고 있다. 세전 공급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되지 않았다면 유류세 때문에 기름값이 높다는 정유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원가 구조를 떳떳이 공개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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