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1시15분
1996년 세상을 떠난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로만 폴란스키, 아이젠 바이더 등 명감독들을 배출한 우치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그는 1993년, 1994년에 '세 가지 색' 3부작 영화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국가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인 '파랑 하양 빨강'에 담아 그려냈다.
'세 가지 색' 연작 중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세 가지 색, 화이트'의 주제는 평등이다. 감독은 생전 이 영화와 관련 "평등의 개념은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자신의 이웃과 평등해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유럽 국가를 상징하는 남자 주인공 카롤(즈비그니브 자마코브스키)과 서유럽 국가를 상징하는 아내 도미니크(줄리 델피)의 화합과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은 유럽 통합을 통해 국가 간의 차별을 뛰어넘어 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다.
파리에 사는 폴란드 이민자 출신 남자미용사 카롤은 아내인 도미니크로부터 이혼을 당한다. 이혼 사유는 아내의 성적 욕구불만. 기가 막히는 일을 겪은 카롤은 낙담한 채 고국 폴란드로 돌아간다. 그는 급속도로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고국에서 분발해 큰돈을 모으게 된다. 그리고 전처를 되찾기 위해 카롤은 모든 재산을 도미니크에게 남긴다는 유언장을 쓰고 거짓으로 죽은 척 한다. 지난 일을 뉘우치며 전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호텔로 돌아오니 죽은 줄 알았던 카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미니크는 카롤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두 개인의 갈등과 성적 문제에서 오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의 불평등한 관계를 끄집어내어 보여주려 하는 시도와 이를 소화해 내는 능력은 거장의 작품임을 느끼게 한다. 남녀 두 주인공이 각각 동유럽과 서유럽을 상징하는 만큼 둘의 대비 또한 이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세 가지 색' 3부작 이후로 감독에서 은퇴하고 영화학교에서 신인배우들을 지도한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1995년 다시 감독으로 복귀한다.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새로운 3부작의 각본을 쓰던 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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