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육상 강국을 가다] <4> 부활 꿈꾸는 아사파 파월
"안녕하세요. 한국 팬 여러분. 2011년 즐거운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올해 최고 이벤트는 대구에서 열리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입니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부탁드리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 보여 드리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아사파 파월이 한국 육상 팬에게 보내는 메시지)
자메이카의 육상 단거리 쌍두마차 우사인 볼트와 아사파 파월의 남자 100m 싸움은 올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백미다. 나란히 자메이카 출신으로 세계적 라이벌이 된 볼트와 파월은 올여름 대구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볼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등장하기 전까지 파월은 1인자의 자리에 있었다. 2005년 6월 9초77의 세계기록을 작성했고, 2006년에도 같은 기록을 두 번 더 내며 상승세를 이어가다 2007년 9월 9초74로 또다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2년 이상 최고의 스프린터로 세계를 호령했다.
그러나 라이벌이었던 신예 볼트가 어느 순간 치고 나가면서 1인자 자리를 내줬지만 파월은 대구 대회를 계기로 다시 1인자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파월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볼트가 2008년 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거푸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고, 9초5대 진입에 이어 내친김에 9초4대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08년 9월 세운 9초72로, 우사인 볼트가 가지고 있는 세계기록(9초58)에 0.14초 뒤진다.
자메이카 육상계에서도 파월이 볼트를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볼트와 파월, 타이슨 게이(미국)가 뛴다면 볼트가 1위, 게이가 2위, 파월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파월이 볼트를 이길 수 없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뛰어봐야 아는 것. 아무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파월은 자신의 왕좌를 뺏어간 볼트에 심한 경쟁심과 적의를 느낄 만하지만 전혀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파월은 세계 최고 스프린터 3인방인 볼트, 게이에 대해 "경기장에선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을 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친한 친구 사이"라며 "특히 볼트와는 아주 친한 사이"라고 했다.
하워드 아리스 자메이카육상연맹 회장은 "(서로 몸을 부딪치며 파이팅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파월과 볼트는 굉장히 사이가 좋고 친하다. 물론 시합에선 불꽃 튀는 경쟁을 하기 때문에 친한 라이벌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메이카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파월 훈련 클럽과 볼트 클럽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파월은 "서로 심각한 경쟁상대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양 클럽 선수들 사이에도 교류가 잘 된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볼트 클럽이 남자 선수 중심이라면 우리 클럽은 남녀 모두 중점을 둔다. 또 우리 클럽은 단거리뿐 아니라 장거리까지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는 경쟁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리스 회장도 "양 클럽이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미래, 철학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자메이카 육상 발전을 위한 생각은 똑같다"며 "그러나 각각 완전히 따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협조 체제는 구축돼 있지 않다"고 했다.
양 클럽에는 스티븐 프랜시스(파월), 글렌 밀스(볼트) 등 세계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감독이 있는데, 이들 역시 친하면서도 라이벌 관계여서 클럽 간의 경쟁 관계가 자메이카 육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 클럽은 자메이카 정부나 연맹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 클럽이 각각 여당, 야당 등 정치권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이들 클럽은 "전혀 관계가 없다.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파월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목표에 대해 "감독이 마련한 프로그램대로 훈련해 좋은 결실을 거두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100m 외에 다른 종목에 대해서는 "멀리뛰기는 한번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훈련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파월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앞서 5월 열리는 대구국제육상대회에는 꼭 출전한다"며 "2009년 대회 때도 출전 여부를 두고 망설였지만 막상 가보니 환경도 좋고 사람들도 너무 잘 해줘 즐기고 왔다. 대구는 정말 좋은 곳"이라고 전했다.
자메이카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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