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같이 운 독자들… 일주일만에 2천5백만원 성금, 스님도 조금씩 기
비구니 해진 스님(海眞·36·본지 5일자 8면 보도)이 세상을 울렸습니다. 세상에서 받은 마음과 육신의 상처(당뇨 합병증)를 안고 불가에 귀의한 해진 스님의 사연이 알려진 후 이웃사랑 제작팀은 "스님을 돕고 싶다"는 익명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수십 차례 받았습니다.
대구 사찰의 불자들에서부터 전라도 광주에 있는 시민들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독자들이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신문사를 찾은 한 스님은 "해진 스님에게 꼭 전달해 달라"며 30만원이 든 봉투를 전해왔고 한 대학생은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스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뇨에 좋은 약을 전달하고 싶다며 병원을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우리 모두가 스님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 건강이 나빠진 것 같아 미안하고도 죄스럽다며 작은 봉투를 전해왔습니다.
스님은 자신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신문을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활자로 새겨진 상처들을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습니다. 하지만 가슴 속 철창살에 가두어 뒀던 이야기를 읽고, 또 공감해준 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었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보다 더 치유하기 힘든 것이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해서일까요. 관심과 사랑은 따뜻한 성금으로 이어졌습니다. 11일 기준으로 약 2천560만원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일주일간 일어난 기적입니다. 자신의 법명처럼 '바다처럼 넓고, 진실되게 살고 싶다'던 해진 스님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종잣돈이 생겼습니다.
스님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곁에서 지키고 있는 어머니 홍정자(59) 씨는 해진 스님의 치유에는 세상의 위로와 도움이 가장 큰 원천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홍 씨도 스님의 사연이 실린 신문을 펴들고 팔공산 동화사부터 대구 지역 사찰을 뛰어다녔습니다. 홍 씨는 "기사가 나간 뒤 스님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 왔어요. 진심 어린 격려 덕분인지 스님도 조금씩 기운을 되찾고 있습니다"고 전해왔습니다.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갈 수 없는 절망의 숲을 독자들이 함께 걷고 있기에 해진 스님은 외롭지 않습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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