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011년에는… ②

입력 2011-01-14 08:12:48

"어릴 적 꿈 '글 쓰는 사람' 되어 신춘문예 도전"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시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대구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양성규(대구 북구 복현로)

다음 주 글감은 '겨울방학'입니다

♥ 학교가 인성 교육의 장 돼야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나, 초등학교 때는 서울대가 목표라며 서울우유를 마시고, 중학교 때는 서울대는 무리고 연세대는 가야지 하며 연세우유를 마시고, 고등학교 때는 연세대도 힘들다 하며 건국대를 목표로 건국우유를 마시다가 이 대학, 저 대학, 다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매일매일, 매일우유를 마시며 다시 재도전의 길(재수)을 간다는 유머가 있습니다. 유머라기에는 우리 교육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은 짠해지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저출산으로 가정마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자녀를 귀하게 키우다가 경쟁에 뒤질세라 여러 종류의 조기교육을 시키다 보니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자랍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함께하는 학교라는 공동체 생활 속에서 남을 먼저 배려하고 남과 더불어 정을 나누며, 어른을 공경하며 예의 바른 행동하는 아이들은 점점 드물어지고, 아이가 아이다운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뉴스 등 보도를 통해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11년은 입시 위주, 학력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이 인성 위주, 남과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 줄 아는 나눔 교육의 원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10년 후 우리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정신이상으로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 선생님 말씀에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의 주역될 아이들의 미래가 많이 우려됩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남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을 바르게 알도록 인성 교육의 장으로, 나눔 교육의 장으로 한 발짝 내딛는 2011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노현미(대구 달서구 송현2동)

♥ 동갑내기 집사람이 늘 건강했으면

시골집 이웃에 몇 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 온 참한 새댁이 있었다. 너무 착하고 부지런하여 집사람이 무척 예뻐한다.

마흔이 다 된 친정 조카가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다며 새댁처럼 참한 친구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하였더니 우연찮게 사진을 주고받았는데, 인연이었던지 서로가 첫눈에 마음에 쏙 들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처남 내외가 토마토 비닐하우스를 하느라 너무 바쁘고 옛 말에 고모가 중매하면 잘 산다고 신바람이 난 집사람이 결혼식 준비며 잔치 음식을 준비하느라 며칠을 버스를 타고 시골에 드나들더니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앓아 누었다. 감기 몸살이겠지 하며 처음에 약 사먹고 며칠 쉬었으나 더욱 심해져 병원을 드나들며 링거를 맞고 몇 가지 검사를 해도 이상은 없는데 영 기운을 차리지 못해 거의 한 달간을 고생하였다. 지금껏 이렇게 심하게 아픈 적이 없었기에 아이들이 놀라서 총출동을 하고 딸들이 돌아가며 당번을 정해 매일 출근을 하였다. "태어나 이렇게 아프긴 처음이야, 이러다 죽는 줄 알았다니까." 하는데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늘 건강하고 씩씩한 집사람이라 아프다는 것을 처음에는 예사로이 생각했던 것이 정말 미안했다. 지난 세월 고생도 참 많이 했다. 우리는 동갑이고 올해 칠순이다. 2011년에는 집사람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배(대구 달서구 송현2동)

♥ 내 이름 앞에 '작가' 타이틀 기대

어렸을 적엔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너무 없어서 고민인 것, 그게 뭘까? 아마도 꿈이 아닐까 싶다. '이 나이에 꿈은 무슨. 그저 몸 안 아프고, 아이들 건강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지'하며 가정의 평안은 어느새 최고의 꿈과 동의어가 되었고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려니 생각하고 꿈은 젊은 사람들만 꾸는 것쯤으로 정의 내려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모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읽게 되었다. 참신한 내용과 맛깔스런 글맵시가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고 재미난 글 만큼이나 다채로운 당선자들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엔지니어, 50대 만학도. 글 쓰는 게 좋아 늘 읽고 쓰며 마음 한쪽에 작가의 꿈을 담고 꾸준히 노력해온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그래 맞아, 나도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었지' 꿈이 생기니 평범했던 일상도 좋은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소중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2011년, 꿈이 생긴 만큼 뭐든지 열심히 써볼 것이다. 그래서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신춘문예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삶이 무르익는 50대에는 작가라는 멋진 타이틀을 내 이름 석 자 앞에 쓸 수 있도록 말이다.

최정숙(대구 남구 대명3동)

♥ 봄엔 건강 되찾은 엄마와 여행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 해가 다 갔다. 나는 새해가 돌아올 때마다 기도를 드린다. 새해마다 작심삼일로 그치고 마는 약속이 날마다 새로운 결심으로 이루지 못할 약속이 없도록 해달라고. 하지만 이번 새해 만큼은 내 마음 속 기도는 하나뿐이다. 새해가 오면 엄마가 나를 더욱 좋아할 수 있는 201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난 달 갑자기 엄마가 쓰러지셨다. 암이었다. 고되게 일하고도 눈 한번 제대로 붙이지 못한 채 또 다른 일터로 향하던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더니 급기야 쓰러지신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 초췌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엄마' 조그맣게 부르며 왈칵 눈물이 났다. 그날 오후에 최종 면접이 있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고 병실을 나설 때도 가슴이 미어져 면접장으로 가는 내내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날마다 눈물을 빗물처럼 흘렸다.

지금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지난 달보다 건강이 좋아지셨고 상태도 많이 호전되셨다. 나는 날마다 아주 작은 것부터 무엇이든 감사하게 되었다. 화장실에 가시는 모습, 매끼 마다 밥을 드시는 모습, 잠자리에서 마음껏 뒤척이는 모습, 항상 내가 손을 내밀면 느껴지는 엄마의 온기. 30여 년이 넘게 엄마가 우리를 위해 살아온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엄마 곁에서 내내 흘렸던 그 눈물 만큼 새해에는 엄마 앞에서 슬픔보다도 희망을 안고 기운차게 살아갈 것이다.

이제 봄이 오면 작게나마 용돈도 드릴 생각이다. 엄마와 두 손 맞잡고 공기 좋은 산과 들을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조금씩 모아서 엄마를 편히 모실 수 있는 그날까지 늘 건강하시기를, 엄마와 함께하는 그 어떤 순간도 놓칠 수 없는 2011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성당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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