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신풍속도] 되살아나는 절약정신

입력 2011-01-13 14:31:33

책부터 코트까지 중고 열풍에 '자출족'도 늘어난다

새해 아침부터 치솟는 물가에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부들은 "뉴스에 물가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이 곤두선다"고 푸념이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순간마다 "이건 안 사도 되지 않을까?" "이걸 사고 나면 한 달 가계비용이 구멍 나지 않을까" 등 몇 번이나 망설인다. "지금이 IMF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니까요." 서민들이 겪는 체감경기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허리띠 졸라매기

올 초부터 '물가인상'의 비상등이 켜졌다. 게다가 폭설과 한파가 겹치면서 '밥상물가'도 비상이다. 지난주 전통시장에서 생물 고등어 한 마리가 무려 8천 원을 기록했다. "과일을 상자째 사서 먹는 일은 벌써 옛날이야기입니다.""매 주말 가족들끼리 함께 식사하는 기쁨도 다 포기했습니다." 주부들은 시장 나들이도 자제하고 있다. '움직이면 돈이 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대신 시장보기를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인터넷 시장에는 주말에 배송비 무료 등 특별할인 혜택이 더 많아 일주일 단위로 필요한 부엌살림을 모두 해결한다"고 비법을 밝힌다.

◆절약이 미덕

▶통신비용= "우리 가족 4명의 통신비용이 한 달에 무려 30만 원입니다." 요즘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가정마다 높아진 통신비용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가정마다 "예전엔 생계비중 먹는 비용이 가장 많았지만, 요즘은 통신비용이 가장 많다"며 통신비용 절감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일반 휴대전화기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요금제가 일반 요금제에 비해 비싼 데다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많이 쓰다 보니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가족들 모두가 같은 통신사로 등록하는 등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가게'=일상생활에 필요한 좋은 물품을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시민으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받아 재생산하여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서 판매한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남산점, 달서점, 칠곡점 등 3곳이 운영 중이다. 어린이용 책부터 주부용 코트까지 웬만한 생필품은 다 있다. 가격도 평균 2천원대로 부담이 없다. 고(高)물가 시대에 근면 검소한 가정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서민들의 가게다. 금방 입을 수 있는 멋진 여성용 코트가 불과 2만원대다.

▶자전거타기 = 고유가시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전거 열풍이 거세다. "자전거야말로 기름값을 줄이는 효자이지요."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뚜벅이 족'도 있다. '걷기는 곧 건강'이란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시민까지 동참한 자전거타기 운동을 전개해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때마침 대구 교통방송에서도 '대중교통 이용하기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출족(자전거출퇴근족) 박무성 씨

#"건강·경제 두마리 토끼"

박무성(35·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사진) 씨는 5년째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코스는 대구 도원동 집에서 직장인 월배차량기지까지 3km다. 오전 7시30분에 출발, 20여 분이면 너끈히 도착한다.

고(高)유가 시대를 맞아 자전거 마니아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 대구 도시철도공사는 자전거를 도시철도 객실에 함께 실을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박 씨는 "사실 러시아워 때는 자전거를 싣기가 곤란하다"며 "하지만 공휴일에는 자전거를 도시철도에 싣고 통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자전거 휴대승차는 1, 2호선 전 역사에서 이용할 수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자전거와 함께 이동할 때는 반드시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을 이용하고 열차에서도 운전실이 있는 맨 앞칸을 이용해 달라"고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한편, 도시철도공사는 앞으로 전동차를 고쳐 '자전거전용 칸'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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