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절반'연비 좋은 소형차 최고 대접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없을까?" 고(高)유가 시대를 사는 서민들의 소망이다. 주유소의 기름 가격 표시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림표를 기록한다. 예전엔 쌀값이 서민들의 경제 지표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기름값이 서민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치솟는 기름값 고공 행진으로 인해 초긴장 상태다. 거의 2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는 기름값 인상파동에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주눅이 든다. 고유가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살림살이 몸집 줄이기
한번 치솟기 시작한 기름값은 내려올 줄 모른다. 가정마다 '유류비 절약'이 큰 과제로 등장했다. 대구시 중구 모 주유소 직원은 "요즘은 '가득 넣어 주세요'라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기름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면서 죄없는 우리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푸념했다. 수성구 범물동에서 사업을 하는 이경수(55) 씨는 최근 승용차 1대와 물건 운반용 트럭 1대 등 2대의 차를 과감하게 처분했다. "형편상 필요하지만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했다"고 말했다.
연초에 계획했던 주말여행 계획들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회사원 이동석(42'대구시 달서구) 씨는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새만금 방조제에 가 보려고 약속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기름값이 무서워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우리들의 삶에 신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 반갑다! 셀프 주유소!
고유가 시대를 반영하듯 최근 대구지역 곳곳에 셀프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 셀프 주유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운전자들은 반갑다. 주부 조미영(48'수성구 두산동) 씨는 셀프 주유소 단골 손님이 됐다. 올해 초 운전 중에 계기판에 빨간색 주유 표시가 들어와 불안한 맘에 얼른 눈에 띄는 주유소로 들어갔더니 새로 생긴 셀프 주유소였다. 처음엔 어색했으나 직원이 설명해 주는 대로 따라 하면서 난생처음 내 손으로 기름을 넣었다.
주유소를 나오는 순간 맘이 뿌듯했다. 비싼 기름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넣었다는 위안이었다. "이젠 자신 있어요. 셀프 주유소에서 내 맘대로 가격을 정해서 넣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기뻐했다.
대구시 수성구 대우 트럼프월드 맞은편 경북광유(주)SK에너지 신화명품주유소(소장 손두기). 주유할 차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1년 전 셀프 주유소로 문을 연 이곳은 이미 수성구에서는 유명 셀프 주유소다. 휘발유가격이 인근 주유소보다 15∼20원 정도 싸기 때문이다.
중고 자동차 매매업소 장송구(57'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표는 1년 전부터 셀프 주유소를 이용하는 마니아다. "대구지역 곳곳에 셀프 주유소가 여러 곳 있기 때문에 볼일 보러 다니다가 셀프 주유소를 발견하면 주유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했다.
신화명품주유소 손두기(51) 소장은 "대구사람들은 보수적이라 처음엔 눈치만 보고 지나쳐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기름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단골손님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조작하기도 쉬워 여성운전자들도 한 번만 해보면 쉽게 주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골손님들에게는 ℓ당 5원씩 적립되는 고객카드도 발행해주고 있다. 한국 주유소협회 대구시지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대구지역에 셀프 주유소가 지난 한 해 동안 6곳이 생겨 현재 21개소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요즘은 셀프 주유소가 대세다.
◆연비 좋은 차
평소 근면 검소하기로 소문난 김모(54) 교수. 지난해 말 외제 차를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13년 넘게 탄 승용차를 바꾸어야 할 시점에 연비가 좋은 차를 물색하던 중 일본제 승용차를 선택했다. "연료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망설이다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 년에 평균 2만㎞를 운행하면서 연비 10㎞인 낡은 차를 연비 20㎞인 차로 바꾸면 연간 200여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연비를 높인 중소형 차량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는 연비가 우수한 차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단골 주유소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주유할 때 일정금액을 할인 또는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카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회사원 이정혁(35'수성구 두산동) 씨는 지난해부터 꼭 단골 주유소를 이용해 실속을 챙기고 있다. 자주 가는 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보다 ℓ당 30원 정도 낮은 가격인데다 단골 주유소에서 발행한 가족 카드에 쌓인 포인트로 세차는 물론 현금화하여 기름을 넣기도 하는 등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단골 주유소를 정해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