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투지·소극적 용병·무기력 벤치…오리온스 '악재 트리플'

입력 2011-01-13 09:16:27

12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오리온스와 부산 KT의 경기에서 오리온스 이동준이 골밑으로 파고들다 상대 수비에 걸려 볼을 놓치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 제공
12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오리온스와 부산 KT의 경기에서 오리온스 이동준이 골밑으로 파고들다 상대 수비에 걸려 볼을 놓치고 있다. 대구 오리온스 제공

대구 오리온스가 12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2010-2011 정규리그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73대87로 져 4연패, 홈경기 7연패를 당했다. 또 KT에 이번 시즌 4전4패를 당하는 등 최근 7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이로써 KT는 단독 1위에 올랐지만 오리온스는 단독 꼴찌인 10위가 됐다.

이날 1쿼터 한 때 12점차까지 앞섰던 오리온스는 2쿼터 5분 만에 리드를 KT에 넘겨줬다. 1위와 최하위의 실력 차는 코트 안팎에서 드러났다.

선수단 구성만 보면 두 팀은 닮았다. 스타플레이어도, 확실한 센터도 없다. KT의 용병 제스퍼 존슨은 198cm, 찰스 로드는 203cm으로 오리온스의 글렌 맥거원(201cm)과 오티스 조지(204cm) 보다 크지 않다. 두 팀은 또 높이보다 기동력에 승부를 건다.

하지만 두 팀의 플레이는 확연하게 다르다. KT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팀워크로 상대를 제압하지만 오리온스 선수단은 모래알처럼 따로 논다. 경기를 이기겠다는 투지에서도 차이가 난다. KT에는 승부욕이 넘치지만 오리온스에는 악착스러움이 없다.

이날 오리온스는 1쿼터에서 가드 박유민의 3점 슛 3개와 모처럼 살아난 속공으로 10점차 이상 달아났지만 더 몰아붙이지 못했다. 7점차 리드에서 2쿼터를 시작했지만 빠른 플레이를 보인 KT 가드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번번이 골밑을 내주며 골을 허용했다. KT의 전면 압박 수비에 패스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고, 밀착수비에는 공을 가진 선수가 갇히기 일쑤였다. 공격루트를 찾지 못 하다보니 공격시간이 길어졌고, 섣부른 자세에서 던진 슛은 림을 빚나갔다. 쓸데없는 공격자 파울로 흐름을 스스로 끊었고 어이없는 턴오버를 남발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 맥거원(8득점 3리바운드)은 골밑을 파고들기보다 외곽만 맴돌다 확률 낮은 슛만 날렸다. KT의 로드가 골밑을 장악하며 21득점 8리바운드로 제몫을 해 준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 용병의 희비도 엇갈렸다. 맥거원은 잦은 부상과 이로 인한 소극적 플레이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용병 최악의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벤치의 분위기도 달랐다. 이기고 있는 KT 전창진 감독은 걷거나 약속된 플레이를 해내지 못한 선수를 향해 호통을 쳤다. 외국인선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KT 로드는 실수를 저지른 후 곧바로 감독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KT 선수들은 4쿼터까지 뛰고 또 뛰며 집중력을 유지했다. 반면 김남기 감독은 기본적 플레이조차 소화해내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허무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KT의 전광석화 같은 속공과 패스플레이에 넋을 놓은 오리온스 선수들은 4쿼터 중반 이후 공격시간 24초를 그냥 흘려보내는 등 홈 팬들 앞에서 상식 이하의 플레이를 해 비난받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프로농구 전적(12일)

KT 87-73 오리온스

LG 83-70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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