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악당 속에서 찾아낸 선함…메가마인드

善惡 절대성 깬 신개념 슈퍼영웅

메가마인드

'메가마인드'는 발랄하고, 짓궂고, 유쾌한 애니메이션이다.

'슈렉' '쿵푸팬더' 등에서 기존 영웅의 전형성을 비틀고 깬 드림웍스는 신작 '메가마인드'도 고정된 슈퍼히어로의 공식을 깨고 신개념 슈퍼영웅을 탄생시켰다. 선과 악의 개념을 오가며 악당 속에 숨어있는 선함을 캐내고, 영웅 속에 잠들어 있던 권태로움을 건져낸다.

도시의 영웅 메트로맨과 달리 메가마인드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슈퍼 악당이다. 매일 치고받던 막강 라이벌. 어느 날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에게 일격을 가하고, 얼떨결에 그를 제거하는데 성공한다. 이제 이 도시는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메트로맨이 사라진 후 메가마인드는 예상치 못한 무료함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그는 자기에게 맞설 새로운 영웅을 만든다. 엄청난 파워의 새로운 도시 영웅을 창조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과 정반대로 흐른다.

'메가마인드'의 인물 설정은 통상적인 영웅물 그대로다. 영웅이 있고, 악당이 있고, 그들을 맞붙게 하는 미녀가 있다. 영웅을 추종하는 덜 떨어진 조연이 있고, 배경에는 거대도시와 유약한 시민들이 있다. 그러나 '메가마인드'의 주인공은 영웅이 아니라 나쁜 짓이 직업이 된 악당이다.

태생적인 영웅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영웅과 달리 '메가마인드'는 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메트로맨과 메가마인드는 모두 곧 파괴될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왔다. 하나는 투실투실한 우량아, 하나는 파란 피부의 머리만 크고 깡마른 아이다. 악당 메가마인드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늘 혼자였다. 그가 주변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을 괴롭히는 일뿐이다. 커서도 그랬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늘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은 메트로맨은 어떨까. 사랑과 존경을 받지만, 그에게는 일상이 없다. 도시를 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제는 이 생활을 떠나고 싶다. 홀가분하게 찬 얼음에 탄산수를 넣어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싶다. 매번 구해주는 미모의 방송 기자와 관련해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사실 그녀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메트로맨의 여자친구 록산 리치도 마찬가지다. 메트로맨에게서 다정다감한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가슴으로 받아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제 무덤덤해진다. 그녀는 영화 후반에 "남들은 모르겠지만 사실 남자 친구인 메트로맨과 그리 잘 맞는 편이 아니었다."라고 고백한다.

'메가마인드'는 선악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인물들의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 선악으로 나뉘었지만 모두 주변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단순히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살아가는 일상일 뿐이다.

그래서 '메가마인드'는 어른들이 더 즐길만한 요소들이 많다. 공감할 만한 풍부한 이야기와 에피소드, 관객의 정서를 움직이는 로맨스와 3D, 그래픽으로 무장된 볼거리 등 힘이 넘친다. 고정 관념을 깨는 설정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한다.

오락적인 패러디도 재미있다. 어린 메가마인드를 지구로 보내는 '아버지'가 바로 '슈퍼맨'의 말론 브랜도다. 외모와 말투가 '대부'에서처럼 굵직하고 거칠어 어른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위의 '킹콩'도 패러디했다.

특히 음악이 잘 맞아떨어져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마이클 잭슨의 '배드'(Bad)를 비롯해 오지 오스본, AC/DC, 건스 앤 로지스 등 왕년의 록 스타들과 '배드 투 더 본'(Bad to the Bone), '크레이지 트레인'(Crazy Train), '미스터 블루 스카이'(Mr. Blue Sky), '웰컴 투 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 등 귀에 익숙한 곡들이 나온다.

윌 페럴이 메가마인드의 목소리를 맡았고 브래드 피트와 티나 페이가 각각 메트로맨과 미모의 기자 록산 리치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한국어 더빙에서는 김수로가 메가마인드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감독은 '마다카스카' 시리즈의 톰 맥그라스. 러닝타임 95분. 전체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