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성의 미국책 읽기] 문화전쟁/문화전쟁 /모리스 피오리나 외 저/롱맨, 2010

입력 2011-01-13 07:54:40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총기 난사

미국은 며칠 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과 혼돈 속에 있다. 31발의 총격으로 연방 지방 판사 등 6명이 숨지고,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애리조나 주) 등 13명이 부상했다. 미 연방검찰은 용의자 러프너를 살인과 살인미수 등 5가지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용의자는 기퍼즈 의원의 암살을 미리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범행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한 범행은 예외적이다. 범행 동기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의 정치적 맥락 혹은 원인(遠因)에 대한 논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용의자 러프너가 정상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도를 넘어선 정파 간 갈등과 대립, 그리고 이를 더욱 신랄하게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보도 태도가 이번과 같은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주류다. 여기에 덧붙여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은 용의자 러프너를 '극우주의자'로 몰며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책을 문제 삼고 있고, 공화당 및 보수 진영은 이번 사건은 비정상적인 개인에 의한 범행일 뿐이며, 이로 인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반오마바 정책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낙태, 동성애자, 사형제 등 사회'문화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한 이념적 대립은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 정치를 일종의 '문화 전쟁' 상태로 치닫게 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이후에는 건강보험, 이민, 환경, 교육 등과 관련된 연방 정부의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그야말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일촉즉발의 대립이 지속되어 왔다.

피오리나 등이 저술한 『문화 전쟁』은 미국의 이념적 양극화에 대한 세간의 논의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중도 성향의 이념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논쟁적인 이슈에 있어서도 합의의 폭은 여전히 넓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보수와 진보 사이의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계속적으로 확대되는 최근의 상황을 과연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가는 의문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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