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조기 봉합에 나섰지만 완전 봉합 단계로까지 가기에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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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나라당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버티던 정 후보자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되는 등 당청간 불협화음과 국정운영 난맥상도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사태가 더 악화돼 '루비콘 강(江)'을 건너게 되면서 국정난맥이 통제불능상태로 치달을 경우, 이로울 게 없다는 여권내부의 복잡한 손익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사퇴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청관계가 회복되는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데다 가시화된 이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도 불가피해지면서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 후보자 인선과 관련, 당청간에 책임논란이 전개되면서 당청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 가능성도 높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모두가 걱정하는 레임덕을 막기 위해 우리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사태수습을 촉구했고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정동기 후보자 처리문제를 두고 우리가 잘했느냐, 청와대가 잘했느냐는 것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는 당청간 긴급회동도 잇따랐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조찬 회동을 가졌다. 안상수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 실장 회동설도 나돌았다. 청와대는 "부부싸움을 했다고 헤어질수 있느냐"고 말했고, 한나라당은 "당과 청와대는 운명공동체"라며 당청간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거사'의 주역인 안 대표도 몸을 낮췄다. 그는 11일 신년 연설에 앞서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에서 '견제하겠다'는 등의 청와대를 자극할 만한 표현을 삭제한 채 신년회견을 했다. 당초 제기했던 청와대 인사팀 문책 요구도 철회했다.
당정청은 정 후보자의 사퇴 발표 직후인 12일 오후 당초 예정대로 김태원 당 원내부대표·원희목 당 대표 비서실장, 청와대 김연광 정무1·이재환 정무2비서관 등이 참석하는 실무협의를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당·청 갈등이 더이상 확산돼서는 안된다는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당청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이 향후 당청간 갈등으로 비화될 여지가 높은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안 대표의 어설픈 '이중 플레이'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향후 정부 후속 인사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파열음은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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