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진정한 명품의 조건

입력 2011-01-12 07:19:14

근래 우리 사회는 명품 수요가 눈에 띌 정도로 증가했고 명품 관련 신조어 및 사건도 많았다. 명품족, 백화점 명품관, 인터넷 명품 사이트 등의 용어들이 우리 귀에 익숙해졌고, 또 '명품 열기' '명품 소비 열풍' '남자 고교생 짝퉁 바람'과 같은 문구들이 연일 신문 지면을 메웠다. 그리고 '신상녀'(새로운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 여성)라는 신조어가 생겼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4억원 명품녀' 스토리도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명품 가방, 명품 시계 등과 같이 물품에 주로 붙였던 명품(용어)이 오늘날에는 '명품 각선미' '명품 비서' '명품 체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많이 쓰이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까지 그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문화 명품 도시' '명품 출판산업단지' '명품 도시 수성' '명품 성장거점도시' 등등.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명품'이 많고 흔하다.

국내 명품(상품) 시장 규모를 보면 최근 5년 사이 세 배나 늘어 2010년에는 5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과거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명품이 오늘날에는 소득의 증가와 더불어 과시욕까지 더해지면서 그 수요계층이 확산된 결과다. 또 과거에는 40'50대 여성들이 주요 소비층이었으나 근래에는 30대의 전문직 종사자, 20대 직장 여성, 심지어 10대들까지 명품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난 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부 부유층의 과시욕과 허영심이다. 이는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사치품이나 고급품을 구매한다"고 한 미국 사회학자 베블렌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품과 관련한 이 같은 소비심리를 '베블렌효과'라고 부른다.

둘째, 중산층과 젊은층의 경우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모방심리 때문이다. 여기에다 '비싼 것이 좋다'라는 '가격-품질 연상효과'도 한몫을 한다.

셋째, 소지한 물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성향과 자신을 과대포장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바로 명품 열풍을 일게 한 요인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명품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작품'이다. 훌륭한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희귀성과 내구성을 겸비하며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도 뛰어난 제품을 의미한다. 즉, 명품은 최고의 것으로, 뛰어난 품질과 높은 만족도가 내포된 개념이다.

전 세계인이 알아주는 명품으로는 루이비통, 까르띠에, 샤넬, 티파니, 버버리, 구찌, 프라다, 크리스찬 디올 등이 있다. 삼성 애니콜도 중국 신흥부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명품(브랜드)이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명품으로 인정받는가. 진정한 명품은 어떤 것인가.

먼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고 소비자들이 충분히 지각할 만큼 품질 수준이 높다. 또 오랜 기간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희소성도 갖는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브랜드만이 세대를 뛰어넘어 일관되게 높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고, 또 그러한 상품만이 진정한 명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는 '명품'은 단순히 고가의 유명 브랜드 상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는 명품과는 거리가 먼데도 명품이라는 용어만 마구 사용하는 면도 없지 않다. 명품에 대한 인식과 용어 사용이 원래 명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제 신묘년 새해를 맞아 우리 지역, 우리 상품에 대한 두 가지 소망을 빌어 본다. 하나는 단순히 관념적인 것이 아닌 아주 뛰어난 기술과 내실을 바탕으로 한 명품(상품)의 탄생이다. 다른 하나는, 명품성이 충분히 담겨진 진정한 명품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장흥섭(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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