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맞는 '소설 창작 동우회'…포항·경주지역 문학의 산실
'소창동 사람들'(회장 김숙임)은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소설 창작 동우회'의 약칭이다. 회사원에서 주부, 학생 등 20대부터 50대까지 1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문학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사람도 있고, 문학과는 연(緣)을 맺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충현, 이강한, 하상의 씨 등 9명이 1994년 2월 소설 공부를 위해 동호인 모임 형식의 '소창동'을 창립했다. 요란 떨지 않고 시작한 이 모임이 어느 듯 17년째를 맞이했으며, 첫 동호인 작품집 '때로는 파도처럼'(1995년 3월)을 시작으로 제2집 '꺼지지 않는 불꽃', 제3집 '스밈과 떨림' 등 지난해 12월까지 제15집을 발간했다.
◆소설 창작에 대한 열정으로 뭉치다
이들에게는 스승이 따로 없었다. 등단한 사람이나, 아직 등단하지 못한 사람이나 스스로 학생이고 스승이었다. 자신이 쓴 소설을 함께 읽어보고, 비평했다. 누군가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 권위를 좇지 않았고, 스승의 소설쓰기 방식을 정답처럼 답습하지도 않았다. 회원들 작품은 물론이고 기성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고 비평하고, 호흡하면서 문단의 흐름도 스스로 파악했다.
때때로 기성 작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지만 그들로부터 배우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다만 함께 호흡하고, 소설 창작에 대한 열정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매년 2차례 작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나 작품 무대로 문학 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회원 간 우의를 다지고, 창작열을 불태우기 위해서였다. '소창동' 사람들은 그렇게 조용히 함께 공부하고 합평한 결과물을 모아 매년 작품집을 펴냈던 것이다.
누구도 가르쳐 준 사람이 없고,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지만 '소창동' 사람들은 함께 공부하는 동안 '영감'과 '느낌'을 얻었다. 창작이란 게 원래 누가 써놓은 것을 베끼는 것도, 누가 간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만큼 영감과 느낌만큼 중요한 스승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 소창동 사람들은 하나 둘 자연스럽게 문단에 진출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단 진출
2001년에는 이강란 씨가 신라문학대상 소설 부문에 당선됐고, 김숙임 씨는 2001년 순수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하상의 씨가 동서커피문학상을, 김살로메 씨가 영남일보 문학상에 당선됐다. 여기에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조중의(포항 CBS 보도국장) 씨가 고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소창동'은 한결 힘을 얻게 됐다. 힘차게 내달은 결과 2009년에는 김영은 씨가 토지문학제 평사리 문학대상을 수상했고 안준우 씨는 2011년 매일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악어의 눈물을 위하여'로 당선됐다. 회원들 각자가 상당한 내공을 갖춘 만큼 올해부터는 매년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노크할 작정이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어설프게 시작했지만 이제 '소창동'은 포항 경주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소설동인이자, 소설 지망생들이 소설의 꿈을 키워가는 문학의 산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식 등단한 작가만 해도 5명에 이른다.
현재 소창동 사람들은 김숙임 씨가 회장을, 김홍제 씨가 총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회장과 총무는 순번으로 돌아가는 소창동의 일꾼이지 리더가 아니다. 누구나 회원인 동시에 회장이기에 참여도는 어떤 다른 모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올해 1월 7일 안준우 씨의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상식 때는 회원들이 춥고 먼 길, 바쁜 일정을 마다않고 포항에서 축하차 참여했다.
'소창동' 사람들은 "글쓰기란 외롭고 힘든 자기와의 싸움이다. 혼자만의 작업에 힘들고 지칠 때 '소창동'은 이른 봄날의 수액 같은 힘을 준다" 며 "오직 소설을 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 만큼 서로를 다독이고, 북돋우며 끊임없이 써 나갈 뿐" 이라고 말한다.
한편 '소창동'에서는 소설 창작에 관심 있는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설 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010-9366-7200.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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