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경찰, 상부 감사때 도자기 상납 관행"

입력 2011-01-11 10:35:48

본지 보도후 '문경 경찰 간부들 부적절한 선물 수수' 제보 잇따라

문경경찰서 전·현직 간부들의 도자기 수수 관행에 대한 매일신문 보도(1월 10일자 4면) 이후 경찰의 도자기 수수 관행과 관련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문경경찰서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언제부터인가 지방경찰청 등 상급기관에서 문경경찰서로 감사를 나오면 도자기를 상납하는 관행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 도자기는 대부분 도예인에게 요구해 받은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 도예인은 "수년 전 문경에서 근무하다 지방청으로 자리를 옮긴 경찰 간부가 문경서 경찰관과 함께 요장을 방문, 다완과 다기세트 4점을 얻어가 직접 그 간부에게 항의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도예인은 "요장에 문경경찰서 과장이나 계장 등 직원들의 출입이 잦았는데 갑자기 서장이 자주 찾아오니까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겨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경지역에서는 "고가의 도자기를 싼값에 구하고 싶으면 아는 경찰관을 통하면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주부 김모(59·상주시 신봉동)씨는 "지난해 문경 도자기를 구입했는데 친구는 아는 경찰관을 통해 같은 작품을 30%의 가격에 구입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0일 감찰 직원을 문경경찰서에 보내 현지 조사에 착수했다. 문경경찰서는 일부 직원을 동원해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요장이나 접촉한 도예인 파악에 나서는가 하면 도예인들에게는 함구를 부탁하는 등 파문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경찰 내부와 도예계는 물론 지역민들은 선물을 빙자한 도자기 수수 관행 가운데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10여년에 걸쳐 전·현직 서장은 물론 경찰 간부들의 잦은 요장 방문을 통한 선물 명목의 작품 수수나 헐값 매입에 대해 경찰서 일부 직원들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올 것이 왔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전통도예 계승을 위해 흙과 평생을 함께 해온 도예인들을 '봉'으로 여기는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도예인들의 작품 활동에 지장을 줬다.

지역 도예인들 중에는 "내가 준 선물이 경찰 간부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니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기회에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경 도예인들이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찰간부들의 불필요한 요장 방문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등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도예인들과 지역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