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에 가면 인심이 후하기로 소문난 채소가게 '아지매'가 있다. 성진상회 주인 박덕주(58) 씨가 주인공이다. 6㎡ 남짓한 좁은 점포에서 양배추나 양상추 등 채소류를 판매하는 박 씨는 다른 가게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사회봉사 활동에도 열성이다. 박 씨는 모습도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여 주위에선 40대로 착각할 정도다.
"칠성시장에서 채소 장사한 지가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예. 22살 때 결혼하고 곧바로 채소장사를 했으니까요."
그녀의 가게에서는 10㎏짜리 양상추 한 박스가 1만원, 3개들이 양배추 한 망이 1만원이다. 일반 소매점보다 양채류를 무려 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고객층은 주로 식당이다. 오전이 가장 바쁘고 하루에 양채류 100박스를 팔아치운다. 판매물량이 많아 배달차 1대와 점원 한 명도 두고 있다. 그녀는 소비자들에게 양채류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산지와 계약재배를 통한 직거래 방식으로 중간마진을 없앴다.
"저는 남편과 함께 1976년 자본금 20만원으로 채소 노점상을 시작했어요. 1만원 지폐가 귀한 그 당시에 채소 장사가 너무 잘돼 돈 버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앞치마 돈보따리에 1시간이면 1천원짜리 지폐가 가득 차 삐져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돈을 세어보지도 못하고 비닐로 대충 돈을 뭉쳐 그냥 가구에 넣어놓곤 했어요. 하루에 돈뭉치만도 4, 5개나 됐고요."
그녀는 당시 채소를 떼려고 채소밭에 가면 장사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어 주인에게 뭉칫돈째로 대금을 주고 오고, 채소밭 주인이 돈을 세어 남는 돈은 다음에 되돌려주기도 했다며 젊은 시절 돈 버는 재미를 전했다. 또 시간이 아까워 설날과 추석 명절 이틀만 쉬고 1년 내내 장사를 했다.
"채소장사로 돈이 모이자 남편은 매천시장에 채소·과일상을 냈지만 실패했어요. 또 칠곡에 건물을 하나 짓다 외환위기(IMF)가 터져 자금난으로 벼랑에 몰렸지요."
남편은 지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대형마트에 신선채소를 공급하며 기반을 다졌지만 그 뒤에는 칠성시장에서 묵묵히 채소장사를 해온 아내가 재기의 버팀목이 됐다.
그녀는 팔다 남은 채소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푸드뱅크나 복지시설에 나누어 준다. 푸드뱅크에는 12년째 정기적으로 채소를 제공,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남산복지관, 서구자활센터, 노인의 집 등 복지시설 5곳에도 남은 채소가 있으면 꾸준히 갖다주고 있다.
"채소도 생물이어서 여름철에는 하루를 넘기기 어려워요. 하루 지난 채소는 몽땅 복지시설에 보내주죠. 많을 땐 하루에 1t 봉고트럭 2대 분량 정도 됩니다."
그녀는 사회봉사에도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6년부터 쌓은 그녀의 마일리지봉사통장에는 봉사시간이 무려 1천500시간이 넘는다.
그녀는 칠성시장 상인 3명과 함께 매일 1인당 3천원씩 모아 한 달에 한번 홀몸노인이나 결식아동들에게 줄 사랑의 도시락 50개를 만들어 7년째 남산복지관에 전달해오고 있다. 칠성사랑 한마음 부녀회에도 3년째 가입해 매년 5월 경로잔치를 베풀고 김장철에는 김장나눔 행사를 열기도 한다. 또 1995년부터 대구 동부여성문화회관 자원봉사센터 회원으로 가입, 요양원이나 장애시설을 방문해 목욕봉사도 해오고 있다.
특히 작년 대구시 지체장애인협회 북구지회 봉사회를 창단한 그녀는 회장직을 맡아오며 장애인 여름 바다체험 캠프·영화 관람 등 연간 11차례 이상 각종 행사에 참여해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고 있다.
그녀는 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5년간 노숙자들에게 사랑의 밥상을 차려 배식을 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천막도 없는 마당에서 200인분의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는 등 힘든 봉사였지만 가장 큰 보람으로 남는다고 기억했다.
"봉사는 단지 누군가를 도우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것이죠. 어려운 이웃에는 사랑이 전해지고 봉사하는 사람은 봉사할 수 있다는 행복감 그런 마음 아닐까요." 그러나 그녀는 봉사는 무엇보다 순수성과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앞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보태주고 배고파 굶주리는 결식아동을 돕는 일도 해보겠다"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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