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형 건설현장선 수억대 기본, 함바집 하다 건설회자 사장 되기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함바집 비리 사건(함바 게이트)'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함바집'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함바집은 '노무자들의 합숙소'라는 뜻의 일본어 함바 '飯場(はんば. 반장)'에서 유래한 말로 '건설현장의 식당'을 일컫는다.
검찰수사에서 함바집 브로커인 유모 씨가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실력자를 동원해 상당한 로비를 한 혐의에서 드러나듯 건설업계에서 함바집은 상당한 이권을 가진 업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일반 식당과 달리 함바집은 공사장 내 인부를 상대로 한 독점 운영권을 얻기 때문. 함바집의 한 끼당 식대는 통상 4천원 안팎으로 하루 3끼 식사와 오전, 오후 두 차례의 참까지 합치면 인부 한 명당 최소 하루 2, 3끼의 식사를 하게 된다. 통상 인부가 500명 정도인 1천 가구의 대형 아파트단지 건설현장의 함바집 순수익은 연 2억, 3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공사기간이 2, 3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익이 보장된다.
3년 전 대구 수성구에서 500가구 규모의 택지개발 공사 현장에 있던 함바집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곳에서 일하던 건설인부들은 400명 남짓이지만 함바집이 치르는 식객은 비오는 날 등 휴무일을 제외하고도 연간 14만 인분 수준이었다. 끼니당 3천500~4천원을 받을 경우 연 5억6천만원의 매출이 생긴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1997년 말 IMF 직전까지 지역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는 우방, 보성, 청구 등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지역 업체들의 건설공사가 많아 지역에서도 '합바집'이 큰 호황을 누렸다. 과거 지역의 한 기업인은 함바집을 운영하면서 건설 공사를 배우기 시작, 나중에 대형 건설회사를 세운 '함바집 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A 건설사 한 임원은 "공사 현장이 만들어지면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로비가 있으며 예전에는 몇천만원의 현금이 오가기도 했다"며 "요즘은 배달 음식이 늘고 건설경기 부진으로 함바집 수익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심 외곽 택지개발지구나 산업단지 조성 현장 등 주변에 식당이 없는 곳일수록 함바집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B 건설사 직원은 "일부 중소형 건설사는 함바집 운영권을 오너가 직접 챙기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 수도나 전기도 현장에서 공짜로 끌어다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바집 브로커 유 씨는 전국에 걸쳐 문어발식으로 함바집 운영권 알선업을 해오면서 크고 작은 뒤탈을 막기 위해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 청와대 관계자 등과 친분관계를 이용해왔다. 유 씨가 입을 열게 된 것은 2008년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업자들에게 약속한 함바집 운영권을 따오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소송에 시달렸지만 자신이 관리해온 인사들에게서 그다지 도움을 받지 못한데다 지난해 11월 구속된 후 수감생활로 지병이 악화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