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요리하는 의사] 하얀 황금, 소금이야기

입력 2011-01-10 07:42:08

소금은 건강의 적(敵)이라고,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인에게 봉급을 소금으로 주었다. 그때는 황금처럼 소금이 귀했다. 여기서부터 봉급(salary)이란 말이 유래되었다. 예수님께서 산상에서 설교하실 때, 그리스도인을 소금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문명과 운명을 같이한 인류 최초의 조미료인, 소금은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소금(나트륨)의 과잉 섭취가 한국인 사망 원인의 1'2'3위를 다투는 암'뇌졸중'심장병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구한 팔자인 소금의 운명과 짭조름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건강을 제대로 해석해서 똑똑한 식탁을 차려보자.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인 5g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어린이(7~12세)만 해도 10g, 청소년(13~19세)은 12g이고, 30~39세의 성인은 15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매일 권장량의 3배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은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와 젓갈을 넣어 푹 삭힌 김치, 고추장에 절인 장아찌, 간간한 자반 고등어 등은 콜레스테롤 걱정 없는 건강 식단이다. 그러나 '짠맛'에 주목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소금 섭취량의 대부분을 가공식품에서 얻는 서구 국가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김치류(25%), 장류(22%), 소금(20%) 순으로 전통식단에서 절반 가까이 섭취한다. 일반 가정의 식단에서 소금 사용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지 않는 이상 고혈압'위암 발병 위험률을 줄일 수 없다. 서구 국가들과 달리 소금 섭취의 절반 이상이 전통식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개개인의 의지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는 전통 음식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식품저장기능이 있는 소금에 의존했던 한식 조리법을 과감히 바꾸는 것이 소금을 줄이는 핵심이다. 주부는 한 달 동안 가족이 먹는 된장, 고추장, 간장 그리고 소금의 양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집집마다 전해지는 손맛이 장수와 연결된다.

소금을 공공의 적쯤으로 생각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고혈압이다. 소금은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 소금과 물은 항상 같이하고, 늘어난 혈액과 체액 부피는 혈관에 부담을 준다. 소금을 하루 1g 이하 섭취한 사람에 비해 9g 이상 섭취한 연령층에서 고혈압 발생률이 11.9%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한 의학저널은 2006년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이 적당히 먹은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7%가량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몸에서 나트륨이 부족하면 식욕부진, 구역질, 구토, 집중 곤란, 무기력, 정신 불안,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긴다. 결국 우리 몸이 건강하려면 소금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여환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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