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에 경북 연인원 11만명 투입 '공무원은 힘들다'

입력 2011-01-08 09:16:07

40일째 악전고투 "제발 종식됐으면"

박노욱 봉화군수(왼쪽 첫번째) 등 봉화군 공무원들이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박노욱 봉화군수(왼쪽 첫번째) 등 봉화군 공무원들이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수은주가 영하 6℃를 가리키던 이달 6일 오후 2시쯤 봉화군 구제역 제1방역초소. 초소 근무자들과 이들의 단속을 피해 사료와 짚, 톱밥 등 가축과 관련한 물품을 들여오려던 차량 운전자 간에 추격전이 벌어졌다.

봉화군 건설재난관리과 배중섭(47)·장동근(56) 씨는 봉화 방면으로 도주하는 신원 미상의 화물차량을 쫓았고 도주 차량은 필사적으로 이들을 피해 달아났다. 하지만 영주~봉화 간 국도 36호선 진입로에서 봉화 방면으로 1km 남짓한 곳에서 봉화군청 직원들에게 발목이 잡혔고 직원들의 회유와 설득 끝에 결국 출발지로 회차했다. 가축과 관련한 물품 반입을 저지한 이유는 혹시라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 들어와 구제역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 4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경북지역 공무원들은 구제역과 악전고투를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방역활동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다 안전사고 위험까지 안고 있어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됐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총동원된 공무원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구제역 첫 발생 이후 현장에 투입된 도청과 23개 시·군 공무원은 무려 11만 명(연인원)으로 하루 평균 2천700명에 이른다. 한파와 폭설, 연말연시 등 악조건 속에서 공무원들은 가축 살처분 매몰과 이동통제초소 근무, 예방접종, 차량·인력 통제 등에 투입됐다.

영양군 한 공무원은 결혼식을 치른 뒤 신혼여행도 가지 않고 구제역 방역 업무에 나섰으며, 봉화군의 한 공무원은 어머니 제사를 매몰처리현장의 마을회관에서 모시기도 했다.

게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폭설이라는 악재가 발생해 제설 작업과 농작물 피해복구작업에까지 동원돼 경북 공무원들은 완전히 '파김치' 상태다. 한 공무원은 "구제역 발생에 따른 외부의 따끔한 질책때문에 자괴감도 가졌지만 추위를 녹이라며 땔감을 가져다주는 주민들의 따스한 손길에 힘을 내고 있다"며 "경북지역 공무원들의 새해 소망은 '구제역 종식'"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 속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매몰 작업에 참여한 일부 공무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인 '구제역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군위군 김운찬(54) 농정과장은 5일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으며, 4일 고령군 보건소 7급 공무원 곽석순(46·여) 씨는 잦은 야근 등으로 피로가 누적돼 귀가 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이에 앞서 안동에서는 공무원이 밤샘 근무 후 쓰러져 숨졌고, 30대 여직원은 비상근무로 피로가 누적돼 뱃속의 아이를 잃고 말았다. 영양에서는 방역초소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 초소 주변에 모래를 뿌리기 위해 1t 트럭을 운전하던 중 폭설로 얼어붙은 노면에 트럭이 미끄러져 뒤집히는 사고가 나 숨졌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공무원들의 힘겨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고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구제역 종식을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위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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