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 두 대의 실물 비행기가 설치됐다. 하나는 재규어라는 이름의 영국 공군기로 뒤집힌 채 바닥에, 또 하나는 해리어라는 해군 전폭기로 천정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마치 사냥꾼에 의해 포획된 커다란 짐승들처럼 군중들 앞에 구경거리가 되고 있지만 한때는 맹렬하고 두려운 존재였을,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경이롭고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는 상대를 숨죽이며 쳐다본다. 피오나 배너는 어릴 때 아버지와 조용한 산악 지대를 걷다가 천둥같은 굉음과 함께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한 물체를 봤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 비행체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 그녀는 화가가 된 뒤 전 세계의 모든 군용기 전투기들을 사진으로 또는 그림으로 다루고 있다. 첨단 기술의 산물이면서 기능이나 형태적으로 합리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잔인하고 가혹한 전쟁기계인 이 위험한 물건에 대한 불편한 기분을 그녀는 마침내 사물 자체의 제시로 형상화 해냈다. 해리어(매의 이름)를 그물에 걸린 새가 파닥거리는 모양으로 매달아 문명과 기술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이 예술가의 통렬한 상상력이 감동적이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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