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힌 것 족히 400∼500마리는 될 것"
굴삭기가 굉음을 울리며 흙을 몇 차례 퍼올리자 땅속에 묻힌 돼지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헛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순식간에 주변에 퍼졌다. 몸무게가 10kg도 안 되는 새끼 돼지에서 60~70kg은 족히 될 것 같은 제법 덩치가 큰 육돈(肉豚)이 뒤섞여 흙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6일 오후 2시.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 내 Y씨 농장에서 매일신문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집단 폐사 돼지 무단 매립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의 현장 발굴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현장 확인에는 경찰 관계자는 물론 안동시 축산 공무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연구관, 취재진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 확인은 지난해 11월 29일 서현양돈단지 내 권기택 씨 농장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Y씨 농장에서 돼지들이 무더기로 폐사해 매립됐으며 구제역 감염이 의심된다는 의혹(본지 1월 4일자 1면, 3면 보도)을 가리기 위해 진행됐다. 경찰은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발굴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시료를 채취해 구제역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날 현장 발굴에 함께 참석했던 농장주 Y씨는 "첫 번째 구덩이는 지난해 9월 13일 팠으며 둘째 구덩이는 자세한 날짜를 모르고, 세 번째 구덩이는 10월 17일 파서 11월 7일까지 폐사한 돼지를 순차적으로 매몰하고 흙으로 덮었다"고 밝혔다. 특히 Y씨는 "지난해 11월 23일 첫 신고된 의심축이 음성 판정받은 이후 폐사한 35마리는 땅에 묻지 않았다가 구제역과 관련해 살처분할 때 정상적으로 매립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농장주의 진술에 이어 중장비가 현장을 파헤치자 곧바로 폐사한 돼지들이 발견됐다. 가장 최근까지 매몰한 것으로 밝힌 곳에서 나온 폐사 돼지는 피부만 검게 변했을 뿐 발톱과 내장 등은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온전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죽은 지 2개월이나 지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살점 색도 선홍빛을 띠고 가장 먼저 부패하는 내장도 깨끗한 상태였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 한 관계자는 "묻힌 돼지가 400~500여 마리는 족히 될 것 같다. 아무리 날씨가 추웠지만 폐사 돼지들이 장기, 살 등이 이렇게 온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0월 중순까지 매몰하고 덮은 것으로 농장주가 밝힌 구덩이에서도 돼지들이 뒤엉켜 발견됐다. 이곳에서 나온 돼지들도 대부분 부패하지 않은 채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폐사한 돼지들이 구제역에 감염된 상태에서 죽었다면 구제역 감염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현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농장주가 진술한 3곳의 구덩이를 모두 파헤쳐 폐사 돼지 상태를 확인했으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들은 모두 6마리에서 구제역 감염 여부를 확인할 시료를 채취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윤순식 연구관은 "구덩이 한 곳에서 새끼 돼지와 큰 돼지 등 각 2마리씩 모두 6마리의 시료를 채취했다. 피부 조직이 손상이 많아 폐와 분변이 묻은 항문 내 조직, 고기 가운데 색이 검게 변한 일부분 등의 조직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눈으로 살펴본 결과로는 구제역 감염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구제역 감염 여부 검사는 3, 4일이 지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립된 폐사 돼지들을 다시 발굴해 생석회를 뿌리고 구제역으로 폐사한 가축을 매몰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매몰할 것"이라며 "검역원의 검사 결과를 받은 이후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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