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몸값, 청도 싸움소 지켜라"…투우협 "백신접종" 요청

입력 2011-01-07 10:03:25

지난해 3월 소싸움축제에서 싸움소들이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며 온 힘을 다해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소싸움축제에서 싸움소들이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며 온 힘을 다해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몸값 비싼 싸움소,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청도지역 가축 농가들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싸움소 우주(牛主)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6일 청도군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청도군 투우협회, 한우협회, 양돈협회 등의 구제역 백신 접종 관련 대책회의에서 투우협회는 싸움소 예방접종을 요청한 반면 한우·양돈협회는 구제역 추이를 보고 좀 더 기다렸다가 만일의 경우 싸움소에 우선 접종을 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정부 고시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장려금 지급 요령'에 따르면 한우·젖소 등의 보상 기준은 규정되어 있으나 싸움소는 별도로 가격 산정을 할 근거가 없다. 투우협회 남장근 회장은 "애써 키우고 훈련시킨 싸움소가 구제역으로 허무하게 살처분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예방접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효철 사무국장은 "장기적으로 싸움소가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입법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도군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싸움소의 경우 구제역 예방접종이 일단 안전하다고 판단, 경북도에 접종 건의와 백신 우선 배정 등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농정과 관계자는 "얼마나 빨리, 먼저 하느냐에 따라 싸움소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싸움소 1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싸움소관리센터에 대한 일체의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센터 입구 차단은 물론 이중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싸움소에 대한 격리 또는 외부 통제가 가능한 외진 곳에 제2싸움소관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싸움소 사육농가들은 싸움소는 경기의 승패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에 정해진 가격 기준선이 없는 실정이라며 구제역, 브루셀라 등 각종 질병에 대한 별도의 보상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투우협회에 따르면 싸움소는 최소 1천500만원에서 2천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승률이 뛰어난 싸움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청도에서는 우주 40여 명이 싸움소 80여 마리를 사육 중이며, 청도공영사업공사가 훈련 중인 소를 포함하면 모두 180여 마리의 싸움소가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