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사랑'의 교풍…몸에 밴 봉사정신 곳곳서 실천
'신명은 이 나라 여성의 힘/신명은 이 겨레의 자랑.'
2004년 남녀공학으로 바뀌기 전 신명여자고등학교 교가의 한 구절이다. 신명고는 1902년 선교사 마르타 스코트 부르엔(Marhta Scott Bruen·한국명 傅馬太) 여사가 영남지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인 신명여자소학교를 설립해 1907년 지금의 대구시 중구 동산길 17번지에 신명여자중학교로 출발, 올해 104주년을 맞았다.
석정달(45회·71·명진섬유 대표) 신명동창회장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믿음과 사랑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성실하고 유능한 여성을 배출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교풍"이라며 "임기동안 이전 선배 동창회장님들과 잘 의논해 동문 발전과 모교 지원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2008년 6만여 동문의 대표직을 맡아 올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석 회장은 "여학교로서 신명은 여성적 인성 함양을 주된 교육이념으로 삼아온 덕분에 많은 동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학창시절 몸에 익힌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신명동창회는 특히 2007년 개교 100주년 때 국내외 동문들이 힘을 모아 7억원의 모교발전기금을 거둬 100년 신명의 상징인 역사관과 휘경도서관 개관을 후원했다. 2009년엔 모교와 후배들을 위해 다시 4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해 (재)신명동창회장학회를 설립하며 모교와 후배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권인숙(62회·53·신명고 교사) 총무는 "100주년 행사 때 설립자인 부마태 여사의 손녀가 어머니 유해를 갖고 신명고를 방문, '평소 어머니가 한국 생활과 신명학교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다'며 발전기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부마태 여사의 딸은 현재 신명고 부르엔 동산에 어머니와 함께 잠들어 있다.
◆여고시절 추억의 수채화들
같은 미션 스쿨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교 시절을 보낸 신명여고와 계성고 학생들은 서로 이름을 알고 군것질거리를 나눠 먹을 정도로 친했다. 신명의 교기인 배구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계성고 학생들이 응원하러 오기도 했다.
신동학(35회·78·소아과 전문의) 동문은 "그때 우정이 사랑으로 변해 부부의 인연을 맺은 동문들이 많다"면서 "우리 동문들 중엔 기독교적인 믿음으로 모교를 선택한 경우가 많아 애교심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박병희(43회·72·계명문화대 유아교육학과 교수) 동문은 "6·25전쟁 때는 학교 교사를 군인들에게 내주고 제일교회에서 공부하면서도 전선에서 온 피 묻은 시트와 붕대를 신천에 나가 빨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전후에는 책걸상을 이고 수성교를 지나 지금의 남산고로 이사해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박 동문의 기억에 의하면 6·25전쟁 당시 신명고 동문들은 연예인 전선위문단보다 앞서 전선에 나가 군인들을 위문했다.
배이순(42회·72·전임 동창회장) 동문은 "사회정치적 혼란기나 재단 분규 때 어린 여학생들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밤샘농성을 했다"고 귀띔했다.
또 현재까지 전통으로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합합창제와 무감독 시험, 사임당의 집에서 예절교육 후 친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채플 시간에 각계 유명인사들의 명강의를 듣고 이를 평생 인생의 길잡이로 삼았던 기억 등은 지울 수 없는 여고시절의 수채화 같은 추억들이다.
◆신명의 상징 '몸빼' 교복
자유형 두발에 허리에는 깡총하게 벨트를 맨 후 흰 칼라로 멋을 더하고, 가슴 왼쪽 주머니 위에 녹색 십자수로 'SM'을 수놓은 상의와 몸빼 바지 교복은 신명의 상징적이었다. 이 교복의 매력에 빠져 신명여고를 지원한 학생도 많았다.
신명여고 교복은 한 세기 동안 3번 바뀌었다. 개교 초기엔 흰 저고리에 까만 치마였고 이후 전형적인 일본풍의 세라복 교복을 입다가 활동적인 몸빼형 교복으로 변화했다. 100주년 행사 때 이런 교복 변천사를 모티브로 패션쇼가 열려 많은 동문들의 박수를 받았다.
◆모교 지원 장학금
신명고는 2009년 설립한 (재)신명동창회장학회뿐만 아니라 동문 개인 장학금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중 권정순(60회) 장학회는 고인이 평소 신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고 부군(서동해 동해금속 대표이사)이 설립한 장학회로 매년 학년별 우수학생 5명을 선발해 200만원씩과 우수대학 진학자 4명에게 500만원씩 등 총 5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또 매년 '홈커밍 데이'(졸업 25년째) 때는 동문들이 모교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모아 지원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신명고 동문들은 교육계로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동문 중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박경원(9회)이 신명고 출신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 '청연'으로 소개된 바 있다. 법조계에는 이명숙(68회) 여성인권변호사 외 다수가 활동하며 교육계는 조명희(58회) 경일대 교수, 윤지현(59회) 성덕대학 총장, 윤순진(71회) 서울대 교수 등이 있으며 의료계엔 최병흔(64회), 배언희(66회) 원장 등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우리 학교 교기
신명고의 교기는 육상과 사격, 무용이다. 육상은 그동안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배출한 요람이었으며 전국대회에서 지금까지 금·은·동메달만 300여 개를 획득한 기록을 갖고 있다. 사격은 지난해 제39회 소년체육대회 단체 2위, 제12회 대구시장배 사격대회 단체 2위를 기록했으며 무용은 제37회 세종대학교 세종무용콩쿠르 대상 및 제92회 전국체육대회 금상을 받았다.
◆동창회 연중행사
동창회는 매년 2월 정기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임원과 이사 및 기수 대표가 모인다. 각 지회 정기모임과 해외지회 모임이 구성돼 있고 기별 동창회도 구성돼 있다. 특히 동창회는 10월 개교기념일 즈음에 지역민에 대한 봉사로 '신명동창회와 함께하는 사랑의 무료급식' 행사를 갖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