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2011년에는…Ⅰ

입력 2011-01-07 08:05:34

"할아버지가 건강해지셔서 엄마가 좀 편해졌으면…"

생활의 발견, 작은 감동 등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이나 모임, 행사, 자랑할 일, 주위의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고백할 일이 있으면 원고지 3~5매 정도의 분량으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십시오.

글을 보내주신 분 중 한 분을 뽑아 대구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보내실 곳=매일신문 문화부 살아가는 이야기 담당자 앞, 또는 weekend@msnet.co.kr

지난주 당첨자=박동규(대구 중리 초등학교)

다음 주 글감은 '2011년에는 이랬으면Ⅱ'입니다

♥ 등단 하고 싶어요

지난날은 희망으로 살았습니다. 시, 시조, 수필문학에 대해 배우고 쓰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어린이집에 나가서 한글과 한자도 가르쳤습니다. 노인종합복지회관에 나가서 한문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와 글쓰기, 시 쓰기도 가르쳤습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하루가 왔습니다. 그 하루가 새해입니다. 만나면 기쁘고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새해에는 시, 시조, 수필문학에 등단했으면 합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예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반기며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도우며 믿으며 잊지 않으며 보다 즐겁게 보다 참되고 희망과 행복을 노래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2011년에는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박효준(대구 달서구 송현2동)

♥ 자식 군에 보낸부모들, 편안했으면

경인년의 첫날 새벽, 불식간에 울어대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부리나케 일어나 해맞이를 위해 용지봉을 오르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갔다. 연초 캐나다 밴쿠버로부터 날아든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이란 낭보는 무릇 한 해의 부푼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간의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면서 12월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구제역이라는 복병을 만나 매일같이 부지기수로 살처분되는 소와 돼지를 보며 당사자인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단장의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앞에 더더욱 가슴을 졸이고 있다. 우리 아들도 1년 남짓 군복무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10월경 제대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여기도 추운데 거기는 전방이라 더 춥지? 그래 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밥 잘 먹고 건강하제?'라는 말로 안부를 묻고 싶지만 매일같이 북한군의 동향만 살피고 있다.

토끼해(辛卯年)를 맞아 작은 소망이 있다면 지금의 한 치도 양보 없는 남북 대치 관계가 원만히 해결돼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나, 앞으로 군 입대를 앞둔 자식을 가진 부모 모두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평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원선(대구 수성구 중동)

♥개구쟁이 반항 멈춰지길

사춘기를 조금 빨리 겪는 것인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반항이 제법 심하다.

"무슨 상관이세요? 내가 알아서 해요. 신경 끄세요. 에이 씨~~."

아예 두 번 말 못 붙이게 하는 아들에게 '내가 너무 닦달하는 건가?'하면서 고민을 해 보았으나 내 탓만은 아닌 것 같아 학교생활이 어떤지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의산만하고, 친구들과의 가벼운 다툼이 잦다고 하며 담임 선생님 역시 힘들어하고 계셨다. 다니던 학원도 마다하고 곧장 집으로 오는 아이를 보니 고함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아이의 눈빛을 보고 억지로 참고 있었더니 눈치챘는지 '혼자 공부하면 돼요'라고 하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간다.

그러나 아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게임을 즐길 뿐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놀 나이에 무슨 고민이 생긴 것인지, 이유 없는 반항에 어쩔 줄 모르는 엄마도 아랑곳없이 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는 아들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어본다.

4학년이 되면 부디 이 반항이 멈춰지길,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철부지 아이로 돌아가 주길 빌어본다. 2011년 새해의 간절한 소망이다.

문권숙(대구 북구 국우동)

♥ "나도 엄마한테 감동주고 싶어"

얼마 전 주말 아침 일어나 보니 아빠도 엄마도 안 보였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 엄마이기에 동네 공원으로 운동하러 간줄 알고 게임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데 화면에 메모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성규야, 할아버지가 갑자기 아프셔서 응급실에 계신다고 연락 와서 급히 나간다. 아침밥은 병원 갔다 와서 천천히 해먹기로 하고 배고파 못 참겠으면 라면 끓어서 먹고 있어.'

2010년에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응급실에 3번이나 실려 가셨다.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실 때는 매일 병간호를 위해 밥솥에 밥을 한 솥이나 해놓고 가셨고 우린 먹기 싫은 똑같은 밥을 억지로 먹어야 했다. 엄마는 추운 날씨에 편하게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시면 되는데 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매일 자전거를 타고 가신다.

제일 추웠던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엄마는 또 자전거를 타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병원에 다녀오셨는데 정말 춥다면서 씻지도 않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잠이 든 엄마 얼굴이 많이 춥다는 걸 증명하듯 빨갰다. 잠시 눈을 붙인 엄마는 너희들 배고프겠다면서 따뜻한 밥을 짓기 시작했다.

새해는 우리 할아버지께서 건강하셔서 우리 엄마가 취미생활도 하시고 친구분들하고 놀러도 가시고 행복한 일로 웃는 일이 많이 있으시길 기도해본다.

엄마는 더 춥다는 오늘도 병원에 자전거를 타고 가셨다. 그런데 3일 전 송년회 가신 아빠는 술에 취해 오셔서 누나랑 나한테 그러셨다. 엄마가 맏며느리도 아닌데 할아버지를 잘 돌봐준다면서 한 달 용돈을 안 받겠다고 하셨다.

아빠가 존경스러웠다. 나도 아빠처럼 따뜻한 털모자와 장갑으로 엄마께 감동을 주고 싶어 하고 싶은 게임을 꾹 참고 글을 써본다. 제발 당첨되길 기도하면서…. 새해에는 우리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양성규(대구 북구 복현로)

♥ 분홍색 등산복 입으셔야 되는데…

다리 수술을 앞둔 어머니의 건강이 항상 염려스러웠는데 2011년에는 수술 후 건강을 되찾아 좋아하시는 등산이라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홍색 등산복과 빨간색 등산화를 사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그만 다리 병이 도지고 말았다. 그래서 옷걸이에 걸린 옷을 쳐다보며 '저걸 한번 입어보고 죽어야 할 텐데…'하시는 어머니. 아프면 죽는다는 말씀부터 먼저 하시게 되니 연세가 들긴 들었나보다.

산을 오르면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이 생겨서 자주 산을 오른다고 하시더니 고질병인 류마티스관절염이 심하여 수술하기로 했다. 새해엔 완쾌되어 씩씩하게 걷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싶다. 나의 소망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이기에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새해엔 모두 모두 건강하세요.

문익권(대구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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