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2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국가 안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절박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공산주의자들과 타협이나 양보는 패배를 뜻하는 것이며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을 수 없습니다. 나도 살아야 하고 너도 살아야 하고 우리 민족도 살아야 하고 조국도 살아야 합니다.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우리가 살기 위해서 이 나라는 우리의 힘으로 지켜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힘으로 지키겠다는 결심과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힘이 부족할 때는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남이 돕는 것은 어디까지나 도움이라고 생각해야지 남이 우리를 대신해서 지켜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이것을 국방의 주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
민족의 생명은 민족의 주체성에 있는 것입니다. 이 민족의 주체성은 한마디로 말해서 민족의 생명과 이익을 위해서 스스로의 결단 하에 행동하고 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 새로운 기운을 진작시켜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적 역량을 배양해야 하겠습니다."
향토예비군의 창설을 위한 준비 작업은 한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성은(金聖恩)은 이렇게 회고했다. "예비군 조직을 기획해 보라고 합참에 주었더니 '예비군 사령부-군 사령부-군단-사단…' 식으로 군 조직처럼 만들어 가지고 왔어요. 공비를 잡기 위해서는 지휘 계통과 통신이 간단해야지 복잡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중략)공비 출몰 시엔 즉각 대응해야 하는 관계로 상부에 보고한 뒤 지시받고 출동하는 식을 지양하고, 예비군은 읍'면 단위에 중대급 규모를 넘지 않으니 1개 면마다 중대를 편성하고 경찰지서장이 마을 예비군을 지휘해서'선 조치, 후 보고' 방식을 취하게 했습니다."
김성은 국방부 장관은 예비군의 무장 문제도 해결했다. 그는 본스틸 유엔군사령관을 통해 미군이 M16을 주력 화기로 선택함으로써 폐기 장비가 된 카빈 소총과 M1 소총 100만 정, 그리고 실탄 500만 발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그와 함께 홍종철(洪鍾哲) 공보부 장관과 작곡가 이희목(李熙穆) 씨의 노력도 있었다. 이희목은 공보부로부터'예비군가를 만들어 주되 작사자는 알아서 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작사가 전우(작고) 씨에게 가사를 부탁한 뒤 일주일 만에 곡을 완성했다. 노래는 봉봉 사중창단이 불렀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1968년 4월 1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향토예비군 창설식이 있었다. 그날 박정희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하였다.
"지난날 멸공 전선에서 조국 수호를 위해 같이 싸우며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전우 여러분! 예비군의 이상적인 모습은 논밭이나 직장에서 자기 일에 충실하고 훈련에 힘쓰다가 일단 공비가 나타나면 즉각 출동하여 그 마을 그 직장에서 공비와 싸우는 전사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주민들도 산에서, 들에서, 길에서, 바다에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즉각 신고하여 '눈'이 되고 '귀'가 되는 것입니다. 경찰이나 군은 즉각 출동하여 적을 소탕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간첩이나 공비의 침투를 알리는 경종이나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 모든 주민들이 순식간에 공동 전선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입체적인 작전을 전개할 때, 적은 '독 안에 든 쥐'처럼 꼼짝 못하고 섬멸되고야 말 것입니다. 이러한 전술은 적에게 우리가 거꾸로 '게릴라'를 하는 전법입니다. …(중략)
자유는 목숨을 건 싸움에서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한 방어만이 자유를 수호할 수 있습니다. 국가 안위에 관한 대비책을 당리 당쟁의 대상으로 삼는 자유가 있다면, 그것은 정녕 '자기 파멸의 자유'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나는 예비군이 국난 극복의 신기원을 개척하고,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 동지 여러분이 즐겨 부를 예비군가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여러분의 전도와 조국의 앞날을 축복하고자 합니다. …역전의 전우들이 다시 뭉쳤다. 총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예비군 가는 길엔 승리뿐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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