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난데없이 바뀐 이름 대구-경산 갈등 불러

입력 2011-01-06 10:17:42

문화재청, 작년 '경산 팔공산 갓바위'로 명칭 변경

지역 대표 문화재이자 기도 장소로 인기가 높은 '팔공산 갓바위'를 두고 때아닌 명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말 문화재청이 갓바위 명칭 앞에 '경산'이라는 지역명을 붙이기로 하자 경산시는 반기고 있지만 대구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상인들은 서명운동을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와 동구청도 문화재청에 명칭 재검토를 요구한 상태다.

보물 제431호인 팔공산 갓바위는 '정성껏 빌면 소원 하나는 반드시 들어준다'고 알려지면서 연간 1천20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다. 정식 명칭은 '관봉 석조여래좌상'이지만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이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慶山 八公山 冠峰 石造如來坐像)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가지정동산문화재(국보, 보물)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서로 달라 생기는 혼란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475건의 문화재 명칭 앞에 소재지 행정구역을 붙이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 10회째 '경산 갓바위 축제'를 열어온 경산시로서는 이번 명칭 변경을 반기고 있다.

경산시 관계자는 "갓바위는 그동안 대구에 있는 것처럼 비쳐졌으나 경산시(와촌면 대한리 산 44번지)에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명칭 변경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한리 집단시설지구 등 경산에서 갓바위로 오르는 길 주변 상권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 방문의 해'를 맞아 갓바위를 중심으로 한 팔공산을 대구 관광자원으로 적극 홍보하려던 대구시와 동구청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대구 지역민들도 갓바위 명칭 변경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태세다. '갓바위 집단시설지구'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해온 대구 쪽 팔공산 자락 상인들은 명칭 재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구 상가번영회 김석근 회장은 "팔공산은 대구, 군위, 영천, 경산 등 4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데 갓바위에 경산이라는 지역명을 붙이면 팔공산 자체가 경산의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오랫동안 '갓바위 부처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만큼 명칭을 바꾼다 해도 경산이라는 지역명을 빼고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광문화재과와 동구청 관계자는 "갓바위 위치가 행정구역상 경산에 속해 있어 문화재청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주민들 사이에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역 간 분쟁을 막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말 문화재청에 명칭 재고를 요청, 다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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