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산,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전 시동

입력 2011-01-06 09:42:52

3조5천억 예산 최대 사업…연구·산업 인프라 최적지 장점

2010년 2월에 열린 대구경북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토론회.
2010년 2월에 열린 대구경북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토론회.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안의 LHC(강입자 충돌기). 50~150m 깊이, 27㎞ 길이의 원형 터널 안에 설치돼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안의 LHC(강입자 충돌기). 50~150m 깊이, 27㎞ 길이의 원형 터널 안에 설치돼 있다.

새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최대 핵심 이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다. 부지조성비를 제외하고도 3조5천억원 예산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과학프로젝트인 것. 이 때문에 지난해 초 세종시 무산으로 갈 곳을 잃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가 대구경북은 물론 충청권, 광주, 경기도 등으로 부쩍 늘었다. 지난해 12월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입지 선정을 매듭지을 예정이어서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경북 유치 시동=경상북도와 대구시, 울산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들 세 지자체는 11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 유치 추진 3개 시도 MOU 체결 및 전문가 포럼'을 연다.

이날 행사는 3개 지자체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위한 역량 결집과 향후 지속적인 유치 공조를 위해 마련된다. 또 이날 3곳의 과학계, 연구기관 등의 분야에서 선정된 총 100명으로 구성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추진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3개 지역이 연합해 발족할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추진위는 정부가 최종 선정지를 결정할 때까지 우리 지역의 유치 당위성을 담은 유치제안서 작성은 물론 대회 협력 및 홍보 활동 공조 등의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최적지=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은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다. 특히 4천600억원을 투입해 설치할 중이온가속기는 물질의 핵을 빛의 속도로 가속해 충돌시켜 '극미한 물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암치료, 신물질·신품종 개발, 핵물리 연구 등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 인프라다. 이 때문에 경상북도는 현재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경주의 양성자가속기가 건설되고 있어 중이온가속기의 지역 유치는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북도는 이곳을 '가속기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세워 유치 당위성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과 울산 등 3개 시도에는 포스텍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기대(UNIST) 등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 목적인 기초, 응용, 산업화를 통한 비즈니스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점도 지역이 내세우는 유치 이유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기초과학과 산업(비즈니스)을 융합한다는 개념인데, 첨단 산업이 가장 잘 구축된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포항-경주-대구-울산을 잇는 지역"이라며, "특히 포항과 경주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양성자가속기가 건설되고 있어 중이온가속기까지 모아 가속기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득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 지자체 결속 잘해야=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위해 대구경북과 울산 등 3개 지자체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들은 "세 지자체가 동상이몽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의 핵심 인프라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의 입지에 대해 세 지자체가 합의한 이후에 공동 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시청을 방문해 지역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원래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종시라는 한 점에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따라서 세 지자체가 공동으로 유치하겠다고 할 때는 핵심 인프라의 교통정리가 완성된 이후에 유치를 따내야 사후의 혼란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상기 의원도 "세 지자체가 함께 나서는 것이 역량을 모은다는 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유치 이후 전리품 나누기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이 점은 정부가 원치 않는 결과물"이라며, "세 지자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잘 결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범일 대구시장은 "11일 예정된 대구경북-울산의 3개 시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역 유치 MOU를 시작으로, 세 지자체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올 상반기에 선정?=정부는 올해 4월까지 과학비즈니스벨트 위원회를 구성해 기본정책과 제도에 관한 사항 총괄을 맡길 예정이다. 특히 위원회는 유치전에 뛰어든 대구경북-울산을 포함한 여러 지자체들 중에 가장 적합한 입지를 선정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관계자들은 입지 선정이 올 상반기 중에 판가름나야 예정대로 올 연말까지 기본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밝힌 입지선정 요건인 평가지표는 ▷연구·산업기반 구축 및 집적의 정도 또는 그 가능성 ▷우수한 정주환경의 조성 정도 또는 그 가능성 ▷국내외 접근 용이성 ▷부지확보 용이성 ▷지반의 안정성 및 재해로부터의 안정성 등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정부가 R&D투자를 확대해 기초과학을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진흥시켜 20~30년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5년까지 3조5천487억원의 국비를 쏟아부을 예정.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의 연구시설을 중심으로 교육·금융 기능과 연구·산업 기능 등을 연계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중이온가속기=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사업이다. 4천600억원을 투입해 2012년에 제작에 들어가 2016년 완공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현재 개념 설계가 끝난 중이온가속기는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200m의 선형가속기가 결합한 형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구조로 벌써 국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과학계는 국내 첫 노벨물리학상의 배출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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