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노
이문길
어디 있노
뒷산 그늘에 앉아 있다
거기서 뭣하노
고요함을 보고 있다
서쪽산 그림자가 조심스레이 다가와
동쪽산 그림자에 닿는 것을 보고 있다
두 그림자 닿아서
뭐 하더노
어두워지더라
무성영화처럼 혼자 골똘히 '고요'에 든 사람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침착해지지요. 말없이 말을 거는 사물과의 내통에도 오로지 고요와 적요로만 이루어져 이 시엔 꼬리말 붙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데요. 그건 이 시인의 시 전편에 드러나는 진정성 때문이기도 하지요.
우리 스스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가 있는데요. '절문근사(切問近思)'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물음은 간절하게 하고 생각은 가까운 데서 하라는 뜻이지요. 어떤 대상 앞에 간절히 물음을 던져 보는 일, 그 한 물음이 어찌 꼭 대답을 구한다 하겠습니까마는, 지금 뒷산 그늘에 앉아 서쪽산과 동쪽산 "그림자가 조심스레이" 닿는 것을 보는 이의 눈빛은 이미 대답을 구한 게 아니겠습니까.
"두 그림자 닿아서/ 뭐 하더노// 어두워지더라"
"어두워지더라"라는 한 구절에 삶의 이치가 다 들어 있네요. 두 개의 산 그림자가 닿기 위해서 얼마만한 힘과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우리네 그늘진 삶이 서로 맞물리기 위해선 또 얼마만한 시련과 견딤이 있어야 했을까요. 그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부분을 짐짓 "어두워지더라"라고 말하는 부분, 그거 바로 심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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