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수학으로 증명
도덕(道德)을 수학으로 증명한 책이 있습니다. 쟈오딩리의 『자연철학:중화적 수리원리』(광명일보출판사, 2003)입니다. 지은이는 동방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1984년, 우연한 기회에 우한(武漢)에서 열린 주역(周易)학술대회에 참가합니다. 그때 지은이는 천문(天文)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자로서 중화 고천문학과 중화 전통문화 사이에 깊은 연관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몇 명의 연구자들과 시공의역학(時空醫易學)과 인체기운규율(人體氣運規律)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저자는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 원리』, 자오둔화(趙敦華)의 『서방철학 약사』, 저자의 『고금취미천문학』 등을 기초로 몇 가지 문제를 인식합니다. 첫째, 중화 전통문화는 주역, 노자로 대표되는 도덕 문화이다. 둘째, 도덕 문화는 그리스 철학, 인도 철학과 더불어 3대 고대 철학 가운데 하나이다. 셋째, 서방 현대과학의 뿌리는 자연철학이다. 자연철학은 철학 원리와 자연현상이 결합된 산물이다. 넷째, 자연철학의 수리 원리는 물리학의 원조가 되는 경전이다. 다섯째, 과학의 제1추동력은 인간이 자연규율을 인식하는 인지능력이다. 특히 인간이 자아를 인지하고 인성과 생명의 도덕적 연계 정도를 인지하는 능력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중화 도덕문화를 증명하는 데 수리 원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뉴튼의 서양 철학과 중국 선진(先秦)시대 제자백가들의 사상을 총동원하였고, 이를 교묘하게 결합하여 수식으로 증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공의 설정입니다. 지면 관찰자를 중심으로 삼고 북극, 적도면, 지평면을 기준점과 면으로 삼아 시공을 설정했는데 이는 인간중심주의 발상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칠정(七政)-일월오성(日月五星)의 운용 원리와 변화 규칙을 증명하는 데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였습니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지은이가 음양(해와 달)을 논한 학문인 주역과 천문을 인간관계에 적용시켜 풀어낸 도덕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한 노력입니다. 중화 문화가 주술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는 것을 고증하려 한 것입니다. 지은이가 연구를 시작한 1980년대만 하더라도 '동양적인 것'은 '서양적인 것'에 비해 열등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저자의 노력은 참으로 가상(嘉尙)하다 할 것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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