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 그룹 가운데 누가 10년 후 영국의 경제 상황을 가장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지를 겨루는 대회를 열었다. 결과는 경제 전문가들의 안색을 흙빛으로 만들었다. 환경미화원 그룹이 다국적기업 회장 4명으로 구성된 그룹과 공동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996년 이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쓰레기통에 든 것이 어쩌면 경제의 선행 지표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다."
"치밀한 과학적 시각으로 볼 때 (주식) 차트 분석이나 연금술은 기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국내에도 번역 출판된 '랜덤워크 이론'의 저자 버튼 G. 멜키엘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가 주가의 '기술적 분석'을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동전 던지기로 주가 차트를 만들게 한 다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골라 잘 아는 월스트리트의 기술적 분석가에게 보여줬다. 그는 즉시 이렇게 말했다. "어떤 회사의 주식입니까. 이 주식을 당장 사야겠습니다. 그래프 패턴이 아주 전형적입니다. 다음 주가 되면 분명 주가가 15% 상승할 겁니다."
일레인 가자렐리.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가 폭락이었던 1987년의 '검은 월요일'을 예견해 유명해진 증시 전문가다. 하지만 그녀의 예측 성적 역시 '연금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가 1987~1996년 비즈니스위크,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증시의 상승 또는 하락을 명시한 13건의 전망 중 적중한 것은 5건에 불과했다. 이는 38%의 적중률로 동전 던지기 확률(50%)보다 못하다.('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증시 전문가들이 장밋빛 전망을 쏟아 내고 있다. 2,500선은 물론 2,800선도 꿈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달콤한 소리가 개미들을 다시 불러모으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가의 상승과 하락은 확률적으로 엄밀히 50대 50이다. 대박이 터질지 쪽박을 찰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래서 증시 상승의 희망가를 울려 대는 전문가들을 향해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빈정댔다. "10월은 증시에 손대기에 특히 위험한 달이다. 그 밖에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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