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어떤 토끼가 되어야 하나

입력 2011-01-05 11:05:06

정확하게 따진다면 아직 신묘년 토끼해는 시작되지 않았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한 해를 나누는 것은 양력이 아닌 음력(陰曆)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양력을 기준으로 해 간지를 적용하는 것이 대세여서 양력 1월 1일이 되면 십간십이지가 바뀌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빨리 보내고, 희망으로 가득한 새해를 어서 맞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토끼(兎)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두 가지가 있다. 둘은 묘하게도 극(極)과 극이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극단적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토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영리함이다. 구전소설인 '토끼전'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는 영리함의 상징이다. 거북이의 꾐에 빠져 용궁까지 업혀간 토끼는 꼼짝없이 간을 내놓고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간을 볕에 말리려고 꺼내놓고 왔다'는 말로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졌다.

그 반면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교만과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한 토끼는 자신의 능력과 재주만 믿고 낮잠을 자다 결국 거북이에게 지고 말았다. 인내와 끈기가 부족한 토끼의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이솝은 능력과 재주가 있다고 남을 깔보지 말라는 교훈을 설파하고 있다.

토끼에 대한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2011년 신묘년은 대구경북에 도약의 한 해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좌절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우리들이 얼마나 똘똘 뭉쳐 얼마만큼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토끼해가 장밋빛 혹은 잿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밀양신국제공항 문제부터 짚어보자. 정부가 확언한 것처럼 3월쯤 입지가 선정된다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대구경북의 염원처럼 밀양이 신공항 입지로 결정될 수 있겠지만 최악의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결정되거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자체가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백지화될,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극과 극의 상황이 다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 발전의 핵심 과제인 밀양신공항 건설의 성패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다 함께 뜻을 모으고 전력투구해야만 비로소 공항 건설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가만히 있는데 어느 누가 공항을 떡하니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대구경북이 응집된 행동과 추진력을 발휘해야만 밀양신공항 유치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대구경북 발전은 20, 30년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불가능한 최악의 결과가 닥쳐올 수밖에 없다.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낙동강 살리기 사업 등 대구경북의 대형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를 세계에 알릴 기회이지만 이 지역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채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경기장만 빌려주는 빈껍데기 행사가 될 수도 있다. 올 연말쯤 공사가 거의 끝나는 낙동강 사업 역시 대구경북 발전의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그저 대형 콘크리트 조형물들을 만드는 것에 그치게 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이들 대회나 프로젝트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역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잘 그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말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밑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획한 프로젝트들을 확실하게 추진해 성과를 내느냐 하는 데에 있다. 대구경북은 유치하는 데에는 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막상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젬병'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은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토끼가 아닌 '토끼전'에 나오는 토끼가 되어야 한다. 밑그림만 잘 그려놓은 채 허송세월하다 다른 지역에 뒤처지는 교만하고 어리석은 토끼는 되지 말아야 한다. 영리함과 부지런함으로 지역을 발전시키는 토끼가 되어야 한다. 어떤 토끼가 될 것인가, 그에 따라 이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대현(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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