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생명 건질 수 있다는 데 큰 보람"
"첫 헌혈을 한 뒤 30회 목표를 세웠죠. 마른 체격인 제가 자주 헌혈을 하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언제부터인지 무덤덤해 하십니다. 처음 두 달에 한 번씩 전혈 채혈을 했고 현재는 2주에 한 번씩 혈장 채혈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 고교시절 헌혈차량이 학교에 왔을 때 친구들과 함께 처음 헌혈을 한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4년 자성규(27) 씨. 그는 이후 10년 만인 2010년 12월 중순 헌혈 100회 기록을 세웠다.
4일 기자와 만난 자 씨는 시내에 나온 김에 이미 101번째 헌혈을 약속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전혈 채혈은 나이와 체중에 따라 320㎖, 400㎖를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까지 자 씨가 한 헌혈량은 어림잡아 4만㎖로 1천㏄ 생맥주 컵으로 약 40잔 분량이다.
자 씨는 열성적인 헌혈로 2006년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헌혈유공 은장과 2008년 금장을 잇달아 수상했다. 헌혈 100회자에게 수여하는 '핸드 프린팅'도 곧 받을 예정이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죠. 제가 이렇게 자주 헌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죠. 헌혈 후 피곤함이나 현기증은 없어요. 헌혈을 할수록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30회 목표가 달성되자 50회 기록을 세워보고 싶었고 50회를 넘기자 100회 욕심이 났어요."
자 씨는 헌혈증서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인 여동생에게 모두 기부하고 있다. 가끔은 채혈 후 헌혈의 집에 놓인 헌혈증서 모금함에 바로 기부하기도 한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저의 작은 헌혈증서로 인해 생명을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 뿌듯하죠. 다만 기념으로 헌혈증서 사본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 씨는 대구대 경산캠퍼스 제1학생회관 옆 대구대 헌혈의 집에선 이미 유명인사로 통한다. 대구대는 일정기간에 3번 이상 헌혈을 하고 소감과 헌혈증서 사본을 제출하면 2학점을 수여하는 학제를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대구와 인근 지역 헌혈의 집은 11곳.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치고 자 씨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학점과 상관없이 건강한 사람이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면 보다 안전한 혈액공급으로 환자들의 진료에 도움을 주고 또 등록헌혈회원에 가입하면 계획된 채혈로 인해 필요할 때 필요한 혈액성분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혈액이 모자라면 결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잖아요."
통상 전혈 채혈에 5~10분, 혈장 채혈엔 35~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자 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헌혈을 하면 건강 확인은 물론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헌혈을 계속해 500여 회가 넘는 헌혈 기록자도 있습니다. 저 역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헌혈을 할 겁니다."
자 씨는 건축일을 하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려고 2002년 대구대 조경학과에 입학했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 2006년 다시 대구대 관광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그는 대구대 비호응원단원과 2008년 학교홍보알림이로 활동했다.
186㎝의 훤칠한 키에 몸무게 77㎏, 혈액형이 O형인 자 씨의 꿈은 항공승무원이 되는 것. 자 씨는 바쁜 취업준비 생활을 하면서도 헌혈의 집을 정기적으로 찾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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