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어려운 이웃에 대한 시각 바꾸기

입력 2011-01-04 10:34:34

지난 연말의 어느 날 저녁 모 공중파 방송의 저녁 뉴스에 장애인에 대한 기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원역 계단에서 비닐 봉투에 담긴 채 발견된 영아 사체 1구… 근처 노숙자의 진술을 근거로 2급 정신지체장애인인 조모 씨가 구속됐다. 하지만 홀어머니의 요구로 하게 된 DNA 조사에서는 조 씨와 영아의 것이 일치하지 않았고 조 씨는 출산 경험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압적인 분위기와 두려움 때문에 허위 자백을 한 것이었다."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러한 유형의 뉴스들을 접할 때 우리들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은 무엇일까?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탈선과 병리, 결함들. 그리고 이로 인한 우리 내면의 분노, 안타까움, 위기감 등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와 문화는 탈선, 문제, 병리, 결함 등에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의학, 정신의학, 보험 산업, 영화 산업, 대중 매체를 포함한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전문직들, 기업체들과 심지어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 수많은 비영리단체와 뜻 있는 개인들까지도 우리에게 무언가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흠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제적 이윤이나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 사회는 이러한 긴박함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온갖 종류의 치료적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인간의 유형, 습관, 행동, 특성, 성향들을 '의료화'(medicalizing), '병리화'(pathologizing)하여, 인간의 비정상성, 장애, 약함, 오류, 그리고 결함을 선전하고 수많은 진단명을 만들어 내고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한다는 명분상의 우위로 지금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병리'를 진단하는 방식을 별다른 생각 없이 수용하고, 우리 사회의 전반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더욱 심각한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폐해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의 이웃에게 '병리를 가진 사람'(person with a pathology)이 아니라, '병리적 사람'(pathological person)이라는 낙인(stigma)을 너무나 쉽게 부여한다. 도움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은 스스로를 피해자라 부르고, 위축되고 무능한 피해자 역할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 사회가 불우한 우리의 이웃에게 '복지 수혜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경시할 때, 이들의 이미지는 비인격화되고 비인간화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사용하는 호칭은 그들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가치를 어떻게 보는가, 심지어 그들을 어떻게 처우할 것인가의 결정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합리주의적 접근이라 불리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일종의 병리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병리적 모델에서의 목표는 사회의 주류가 동의한 합의된 가치로서 '정상'이라는 목표를 만들어놓고, 교정과 재활을 통해 수혜자를 변화시키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병리적 모델이 아닌 수혜자 자신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강조하는 강점 모델, 자립 모델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이 잘못되어 있나?'에서 '무엇이 가능한가?'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1년 신묘년 벽두를 장식하는 정치권의 화두 중 하나는 '복지'인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급식'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논쟁에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논쟁에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그것은 어떤 문제이건 그 문제를 풀고자 할 때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가가 아닌 현재의 상황과 조건에서 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부터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 말이다.

신효진(경일대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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