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들이 일제히 겨울방학을 시작했다. 많은 아이들이 신나는 겨울방학이라고 좋아한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일들을 하나 둘씩 해보고자 꿈꾸기도 한다. 또한 부모님들도 계획이 있다. 자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인 학습을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한다. 방학 중 여러 선행 학원이나 공부방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오고 간다. 방학이라고 공부를 등한시했다가는 내년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은 미리 배워두면 다음에 다시 배울 때 더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학원들이 내년에 배우게 될 교과들에 대해 선행 학습을 통해 성적을 끌어 올릴 것을 광고한다. 아이들은 그 생각에 동의할까? 성적이 올라가는지 부모님들은 확신하는 걸까?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물론 선행학습은 순수한 의미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미리 한 번 배워두고 다음에 다시 배우는 반복을 통해 학습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만이 선행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보통의 평범한 학생들은 오히려 선행학습이 해를 끼칠 소지가 다분하다. 방학기간 동안 다음 학년에 대한 공부를 한 아이들은 정작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아이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말한다. 학원에서 한 번씩 다루어 본 내용이기 때문에 안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정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들은 막연히 알고 있다라는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모들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이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작 학생들은 들어보았다, 한 번 해보았다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기가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또 들으면 귀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큰 이유이다.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이 선행학습을 통한 성적 향상보다 학습의 흥미를 잃는 것을 더 우려하는 이유인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학기간 중에 계속 어딘가를 보내고 배우게 하는 것은 부모의 불안에서 오는 반작용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이 어린 시절에 배워 온 단계별 학습 또래문화 경쟁문화가 그대로 대물림되듯이 아이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이 접하는 세상은 부모들이 경험한 폐쇄적인 환경이 아니라 알고 싶거나 접하고 싶으면 쉽게 찾아내고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오히려 여기에 맞추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행학습보다는 복습이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함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부모들은 불안이나 염려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세상을 보는 안목을 전해 주어야 한다. 성적이나 대학에 아이들의 삶을 끼워 맞추기보다 아이의 재능과 상상력을 실현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대화이다. 부모의 점검이나 가르치는 대화가 아니라 순수하게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방학 동안 선행학습이나 체험학습을 먼저 할 것이 아니다. 아이와 친해지고 이야기 들어주기를 해야 한다. 자녀와 이야기하다 보면 긴 겨울 방학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아이와 함께 할 일들은 너무 많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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