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21세기 르네상스를 꿈꾸며

입력 2011-01-03 09:36:46

2010년 한국 경제는 선전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와 유럽 경제의 위기, 북한의 도발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6%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올해에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을 것 같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녹록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 의존도가 80%를 넘는 한국 경제로서는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등 거시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마저도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2011년 한국 경제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 경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 비중은 각각 25%와 16.9%에 이르고 있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 경제를 살펴보자. 한중 간 교역이 증가하면 중국의 물가와 임금 상승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최저임금이 약 20% 넘게 상승한 바 있는데 이는 11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5.1%)의 4배 규모다. 만일 2011년 중국 임금 상승이 더욱 가파르게 이루어진다면 한국 소비자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차이나플레이션', 즉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지난해 한국 경제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이 2009년에 비해 무려 39%나 늘어났다. 중국산 조기가 25%나 올랐고,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일반 농산품 가격은 평균 24%나 올랐다. 여기에다 올해 초부터 원자재,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공공요금, TV 수신료, 전셋값 등 서민 물가가 들썩거릴 조짐이다. 지속적인 '성장' 정책이 물가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미국 경제의 느린 회복과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10%대에 육박하는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장기적인 주택 경기 침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완만한 회복 정도를 기대할 뿐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이 대세다. 미국 기업들이 1조6천억 달러의 현금자산을 가지고 있다지만 투자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노동 비용(고실업)의 절감을 통해 발생한 수익일 뿐, 생산성 증가에 따른 수익 증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다우지수는 이미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또 다른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의문이다. 미국은 일단 자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중국과의 '교역 불균형'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 의회가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본격화할 태세다. 일본도 나서고 있다. 센카쿠 열도 영토 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일본은 중국이 2011년 희토류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하자, 400여 개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적용 조치를 철회했다. 미국도 WTO에 제소할 태세다. 중국에 대한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1월 19일 새해 벽두부터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다. 세계 경제의 공영(共榮)이라는 '세계의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국 정상이 재확인하고 공감대(consensus)를 분명히 하려는 것일 게다. 문제는 다만 양국 간 협력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에 있다. 우선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순순히 들어 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이 마냥 대립과 갈등의 긴장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1'세기를 거꾸로 한 '12'세기로 과거 여행을 해본다. 11세기 십자군 전쟁 이후 세계는 비단길을 통한 상업 발달이 본격화되고 14~16세기 '르네상스'를 준비했다. 로마가 쇠락하고, 동로마 즉 비잔틴 제국이 5세기 이후 새 천년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로마와 비잔틴제국을 지금의 유럽과 미국에 비유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아울러 12세기는 미국 대륙이 발견되기 훨씬 이전의 '유라시아'(Eurasia)시대로 '발명'(invention)과 '발견[(discovery)의 시대였다. 중국은 송(宋)의 시대로 화약과 인쇄 활자가 발명되었다.

과연 역사는 반복될까? 최근 중국 경제의 부상을 21세기 미국-유럽-아시아 대륙의 공영과 발전을 완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면 어떨까? 긍정과 희망의 신념이 인류 문명의 존재 이유라면, 2011년은 새로운 세계사적 르네상스를 위한 첫 해가 되지 않을까? 우리들 모두가 지니고 있는 DNA가 바로 이 긍정과 희망의 신념일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이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사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경제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