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모니터 소요 전력 약 85W/전원을 끌 경우 소요 전력 5W(시간당 80W 절전), 하루 5시간 모니터 전원을 끌 경우 1년에 감축되는 CO₂는 17㎏, 연간 5㎏의 CO2를 흡수하는 소나무 3그루를 심는 효과'
2010년 2학기 영남대학교 건축관에 나붙었던 절전 포스터의 내용이다. 영남대는 또 각 강의실과 연구실의 전원에 절전하자는 스티커를 부착해 학생들에게 절전 인식을 갖게 하는 등 저탄소 녹색운동을 펼쳤다.
이 같은 그린 캠퍼스 운동의 중심에는 건축학부 4학년 이정희(27·여·팀장) 씨와 동기 유성준(25) 씨, 3학년 전재형(24), 조정우(24) 씨 등 녹색전도사 4총사가 만든 TGH(Taking Green Heart·녹색을 실천하는 마음을 갖자)팀이 있었다.
그린 캠퍼스 운동은 2008년 연세대 신의순 교수가 창안한 운동으로 '2010 대학생 그린 캠퍼스 운동'에는 수도권 대학 10개 팀, 지방 대학 10개 팀이 참가해 실적을 겨뤘다. 여기서 영남대 TGH팀은 최고상인 환경부장관상을 수상, 다음달 20일간 유럽탐방이라는 특전을 얻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 교수님께서 그린 캠퍼스 운동을 펼쳐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있었죠. 평소 건축환경에너지연구실 연구생으로 있으면서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이 운동을 펼치기로 결심하고 팀을 짰습니다."
이 팀장은 "열흘 동안 팀원들과 계획서를 마련해 그린 캠퍼스 협의회에 보냈고 이후 운동을 진행하면서 수정을 해나갔다"고 밝혔다.
TGH팀은 건축학부 특성상 과제로 인한 다량의 쓰레기 배출, 야간 강의와 연구로 인한 에너지 다소비성 건물의 문제점을 찾아내 절전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빈 강의실 소등과 넓은 강의실엔 징검다리식 전등켜기를 홍보했고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또 복사실 등지에서 나오는 이면지 1만여 장을 모아 노트 690여 권을 제작, 학우들에게 나눠주었다. 지난 2학기 중간쯤엔 차량 소유 학우들에겐 카풀제를 적극 권했다. 특히 카풀제의 경우 카풀 서약서와 사인노트 및 스티커 번호발급과 부착을 유도했고 인증사진을 찍은 후엔 클럽사이트에 올리고 카풀 후기 등록을 권장했다.
또 매주 카풀제를 모범적으로 운행한 학우 1명을 뽑아 주유상품권 5만원을 선물했다.
"약 4개월간의 그린 캠퍼스 운동기간 동안 쓴 경비는 활동비 30만원, 학교지원금 21만원, 교수님들 사비지원 55만원 등 모두 106만원이 들었습니다."
절전 스티커 부착, 홍보 포스터 게시, 강의실 내 스위치마다 점등위치 표시 등은 일일이 팀원들이 발품을 팔아서 했다. 학과수강과 과제 수행 등 바쁜 일과 중에도 팀원들은 하루 평균 3시간씩 교내를 누벼야 했다.
건축학부 홈페이지에 클럽 사이트와 연결된 팝업창을 띄우고 설문조사를 담당했던 조정우 씨는 "첫 설문조사에서 2%대에 그쳤던 호응도가 두 번째 설문에서는 지지·인지도가 80%까지 올라갔을 때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성준 씨는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한 후 학우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 뿌듯했다"고 말했다.
전재형 씨는 "카풀제 모범 학우를 뽑은 후 클럽에 글을 올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지지 댓글이 올라와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특히 학기 중 과제가 많기로 유명한 건축학과에서 수업과 녹색전도사로서의 과외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세운 계획을 열심히 실천하고 학우들의 호응이 확산되자 TGH팀원들은 신이 났다.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문지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학우가 있을 때는 속도 상했지만 학교 측에서 이들의 활약을 인정해 주면서 그린 캠퍼스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작은 움직임이 큰 파장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우리 학생들이 먼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새해를 맞아 TGH팀원들은 다음 달 있을 유럽탐방 계획을 짜느라 가슴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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