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뛴다, 2011년 대구육상대회] <1>대구스포츠대회 자원봉사 산증인 황승

입력 2011-01-03 09:50:44

'남은 건 티셔츠·배지 하나지만 추억·자부심은 무한"

황승현 씨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받았던 자원봉사 위촉장과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황승현 씨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받았던 자원봉사 위촉장과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해가 열렸다.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리는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임·직원들을 비롯해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많은 지역민들이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대회를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준비 과정과 각오 등을 들어 본다.

자원봉사자는 국제 스포츠대회 성공 개최의 일등공신이다. 보수 없이 위촉장과 티셔츠, 배지 하나에 만족해 하며 각종 궂은일을 하지만 자부심 하나만은 선수 못지않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 황승현(33)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원봉사자로 나선 데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 때문"이라고 했다.

황 씨는 대구에서 열린 굵직한 스포츠대회 자원봉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9년 대구국제육상대회 등에서 이미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그는 2001년 월드컵 리허설 격인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때 처음으로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은 후 대구에서 열린 각종 세계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2002년 월드컵은 황 씨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겼다. 호기심으로 신청한 자원봉사가 인생 최고의 추억이 된 것이다. 황 씨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고 젊었을 때 하지 않으면 언제 해 보겠느냐는 생각에 자원봉사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었고 친구, 추억 등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황 씨는 2002년 대구시 자원봉사 수기 제1회 공모전에서 월드컵 자원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응모해 입상하기도 했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월드컵의 감동을 잊지 못해 자원봉사 티셔츠를 입었다.

잊지 못할 추억도 많다.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 대구체육관에서 관중 안내 자원봉사를 할 때 경기장을 잘못 찾은 일본인을 버스로 직접 대구스타디움까지 안내해 준 적이 있는데, 석 달 뒤 일본 유학을 갔다 그 일본인을 만나 식사 대접을 받았다.

황 씨는 "그분이 '당시 말도 안 통하고 원화도 없어 당황했는데 너무 친절하게 안내해줘 고마워 친절에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며 멋쩍어했다.

월드컵 때는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코스타리카인 5명이 '햄버거를 꼭 먹고 싶다'고 해 햄버거 체인점에 부탁해 5개를 특별 배달시킨 적도 있고, 우크라이나인이 "자발적인 자원봉사 광경과 분위기는 자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너무 인상 깊다"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 것도 큰 보람이었다.

황 씨는 또 자원봉사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 스태프로 참여하는 것으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어른부터 어린 학생까지 세대를 떠나 친구로 사귈 수 있는 것도 자원봉사의 장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자원봉사자를 대하는 대회 관계자들의 태도다.

황 씨는 "자원봉사자가 잘 몰라 물어도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는 등 퉁명스럽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하게 대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황 씨는 지금까지의 자원봉사 경험을 살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무르익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황 씨는 "철부지였던 2002년엔 호기심으로, 2003년엔 대구와 직접 연관돼 대구를 위해 일하고 싶어 했다면 이번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연륜을 마음껏 쏟아 부어 절정의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자원봉사는 최고의 서비스 정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자원봉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도 '친절'로, 항상 밝게 웃고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 늦게 깨달았지만 올해는 꼭 그런 자원봉사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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